신흥국, 경제성장 기대감에…주식에 ‘뭉칫돈’
글로벌 경제침체 가능성에 투자 유의해야
선진국에서는 채권, 신흥국에서는 주식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에 경기침체가 가시화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상 경기침체기 선진국은 국채 등 우량채권에, 신흥국은 주식에 자금이 몰려서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최근 한 달간 미국 증시에서 5억3616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억73018만 달러 순매수하던 양상과 대조적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에서 한 달 사이 1331만 달러 순매수했다. 국내 투자자가 중국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시장 4곳 중 상해홍콩증시연계와 심천홍콩증시연계에서 순매수세를 보여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두 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두드러졌었다.
펀드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북미펀드에서는 설정액이 1734억 원 유출됐지만, 중국펀드와 인도펀드에서는 각각 332억 원, 38억 원 유입됐다.
이 같은 흐름은 신흥국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 기대감 등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지만, 선진국은 경기침체 우려와 증시 고점론이 우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민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들의 실적발표 결과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이 4%로 예상치인 2%를 상회하는 수준”이라면서도 “은행 위기,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사태 등이 향후 경기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잔존하며, 인플레이션이 예상외로 강하게 나타나면 미 연준이 긴축을 강화할 여지도 있다”고 했다.
실제 북미 펀드 수익률(4.34%)은 중국펀드(–5.95%)를 크게 앞서는 데도, 경제 회복 기대감에 자금은 신흥국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반면 채권은 선진국으로만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한 달간 투자자들은 미국에서 채권을 7844만 달러 순매수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커지면서 채권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본 투자자의 매수세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특히 경기침체 우려로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자금이 몰리는 양상도 두드러진다. 최근 한 달간 미국 증시에서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국채 불 3X(TMF)’ 상장지수펀드(ETF)는 서학개미 순매수세 2위에 올랐다. 이 ETF는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를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한편 중국은 4월 실물경제지표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청년 실업률은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이에 중국 또한 경기 회복이 더뎌지고 있어 신흥국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