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뒤숭숭하다. BGF리테일로부터 비롯된 납품업체 대상 ‘갑질’ 조사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분위기에 처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22일 BGF리테일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공정위는 앞서 작년 11월 유통 분야 거래 관행 서면 실태조사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를 토대로 CU 본사인 BGF리테일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BGF리테일 외에 편의점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리란 관측이 나온다. 편의점 업계의 ‘갑질’ 사례가 유독 다른 업태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부터 3개월간 편의점과 백화점, TV홈쇼핑,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 아웃렛·복합몰, T커머스, 온라인쇼핑몰 등 7개 유통 업태의 30개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이들과 거래하는 납품업체 7000곳의 불공정 행위 경험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TV홈쇼핑과 온라인쇼핑몰 등 대부분 업태에서 지난해보다 거래 관행이 개선됐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하지만 편의점은 전년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92.9%로 집계됐다. 특히 부당 반품과 판촉비용 부당 전가, 판매장려금과 관련한 불공정행위 경험률이 가장 높은 업태로 조사됐다.
이러한 불공정 행위는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고 있다. 3월에는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가맹점 발주 수량 강제 갑질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내용인즉슨 4월부터 BGF리테일이 가맹점들을 대상으로 컵 커피를 포함한 30종가량의 제품 발주 수량을 3배에서 12배까지 상향 조정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다른 편의점 브랜드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제품을 1개씩 낱개로 발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CU만 최소 발주 수량을 정해두고 있었다. 이에 가맹점주들은 최소 발주 수량과 관련한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은데도 수량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며 반발했다. 또 2020년에는 ‘N+1’ 판촉행사를 할 때 행사비용의 절반 이상을 납품업체에 전가해선 안 된다는 규정을 어겨 공정위로부터 16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불공정 행위 논란은 BGF리테일에만 그치지 않는다. CU와 더불어 편의점 업계 1위 경쟁을 펼치는 GS25의 운영사 GS리테일도 갑질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검찰은 2월 공정위가 GS리테일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고 수사에 들어갔다.
이 사건은 2016~2019년 GS리테일이 신선식품 제공을 하도급업체에 위탁하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성과장려금과 판촉비 등으로 총 222억여 원을 챙긴 것이 발단이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2019년 조사에 착수, 지난해 약 24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 1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의무고발요청 제도를 통해 공정위에 고발 요청을 해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 의무고발요청 제도는 중기부가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 등을 고려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중기부의 고발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편의점 외 SSM과 TV홈쇼핑 등 타 업태를 모두 운영하는 탓에 GS리테일의 불공정거래 제재도 빈번하다. 작년 4월에는 GS더프레시가 판매장려금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로 54억 원가량의 과징금을, 올해 1월에는 GS홈쇼핑이 협력업체에 추가 판촉비용을 부담토록 해 15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협력·납품업체와의 상생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힘쓰고 있다는 이들의 구호가 무색하다. 아니 이쯤 되면 이 정도 위법·탈법은 해야만 업계 1위를 할 수 있는 것인가 싶어 씁쓸하다. 편의점 업계 1위를 자처하는 기업들답게 그에 걸맞은 품격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