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명목 GDP대비 46% 규모
한은 "단기외채비중 늘었지만, 4월에 소폭 낮아져"
우리나라의 대외지급능력과 외채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악화했다.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만기 1년 이하 단기외채 비율이 3분기 만에 40%를 넘겼다. 대외채무 가운데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외채 비중도 전분기 대비 상승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국내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차익거래유인이 확대되자 외국은행의 국내지점을 중심으로 단기외채가 대거 유입된 영향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의 비율은 40.8%로 전 분기 말 대비 1.4%포인트(p) 상승했다. 3분기 만에 상승 전환이다.
단기외채 비율은 작년 2분기 42.3%로 10년 만에 40%를 넘긴 후, 3분기 41.1%, 4분기 39.3%로 낮아졌는데 다시 40%를 웃돌았다.
우리나라 1분기 외환보유액이 4261억 달러로 전 분기(4232억 달러)보다 29억 달러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단기외채가 72억 달러나 증가한 영향이다.
유복근 한은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단기외채 비율의 경우, 3월 중순 이후 일시적 차익 거래 유인 확대 등으로 외은지점의 차입이 증가한 데 주로 기인한다"며 "4월에는 차익거래 유인 해소로 외은지점 차입이 줄며 단기외채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40%를 넘는 단기외채 비율은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3월 78.4%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4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전달보다 증가했다"며 "2분기 말 기준으로는 5~6월 관련 지표를 살펴봐야 하지만, 4월 기준으로는 단기외채 비율이 전달보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외채무 가운데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외채비중 역시 전 분기 말 대비 1.1%p 상승한 26.1%를 기록했다. 유 팀장은 "단기외채 비중도 올랐지만, 이전 10년 간 평균인 28.1%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1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 순(純)대외금융자산은 7730억 달러로 전 분기보다 17억 달러 증가했다. 지난해 명목 GDP(국내총생산) 대비 46% 규모다.
대외금융자산(내국인의 해외 투자)과 대외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모두 늘었지만, 대외금융자산 증가폭이 대외금융부채 증가폭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외국에 갚아야 할 돈보다 받을 돈이 더 많이 늘었단 얘기다.
대외금융자산은 거주자의 증권투자 및 직접투자를 중심으로 전분기 말 대비 317억 달러 증가했다. 대외금융부채는 외국인의 증권투자를 중심으로 전분기 말 대비 300억 달러 증가한 1조4274억 달러였다.
유 팀장은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순대외채권국이며, 2014년부터는 순대외자산국"이라며 "동시에 외환보유액도 세계 9위 수준이라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