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대결로 핵심기술을 지닌 우리나라까지 곤혹스러운 외교적 상황에 직면한 요즘, 신간 ‘칩 워’는 반도체 산업의 태동과 그를 둘러싼 전 세계의 ‘현재진행형 사투’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책이다. 반도체 공급망이 어떻게 한국, 대만, 싱가포르, 일본 등 동아시아에 자리 잡게 됐는지, 실리콘밸리까지 가세한 치열한 기술 경쟁의 상황이 어떠하며 미래 전략은 어느 방향을 향할지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 출판사는 “반도체 산업의 70년 역사를 담아낸 기념비적 논픽션 역사서”라고 정의했다. 세계질서를 재편할 수 있는 총성 없는 반도체 전쟁에 관심을 둔 독자라면 놓치기 아쉬운 책이다. 미국 플레처 스쿨에서 국제사를 가르치는 크리스 밀러가 집필했다.
천명관 작가의 대표작 ‘고래’가 양장본으로 재단장해 독자를 만난다. 출간된 지 무려 19년 만인 올해 영국에 번역된 ‘고래’는 문학계 최고 영예를 상징하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 6개 작품에 이름을 올리는 큰 성과를 거뒀다. 1900년대 즈음, 격동의 변화를 거치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여인 금복과 딸 춘희, 그리고 괴이한 노파의 ‘기가 막힌’ 인생사를 마치 한 편의 판소리 들려주듯 술술 써 내려간다. 출판사는 “신화적 상상력, 민담, 사회 괴담, 무협지 등 소설적 토양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 이를 훌쩍 뛰어넘는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한국소설의 외연을 한층 더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책의 의미를 짚었다.
‘원자’나 ‘분자’ 같은 과학 용어 앞에서 심리적으로 움츠러드는 독자라면, 신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은 이 같은 개념에 보다 부드럽게 접근하도록 이끈다. 예컨대 우리 몸도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죽음은 그 원자가 소멸하고 흩어져 다른 것의 일부가 되는 것임을 이해시키는 식이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뇌과학, 정보과학이 단순히 과학의 한 분야에 머물기보다는 인간 사회의 교양이자 우리 삶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TV 프로그램 ‘알쓸인잡’에 출연한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