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혁신’ 함께할 첫 은행장
조병규 차기 우리은행장 내정자에게 주어진 과제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당시부터 강조한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와 '조직문화 쇄신'이다. 조 내정자는 임 회장 취임 후 첫 은행장이자 우리금융이 새롭게 도입한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을 거쳐 선정된 인물인 만큼, 이 두 과제를 얼마나 속도감 있게 수행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은행의 1분기 대기업대출 규모는 40조489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3% 올랐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과 비교하면 우리은행의 대기업대출 규모는 가장 크지만, 증가 폭은 가장 적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대기업대출 잔액이 22조21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4% 증가했고, 신한은행은 25조4615억 원으로 37.1% 늘었다. 국민은행은 31조2000억 원으로 24.3% 증가했다. 증가 폭만 보면 '기업금융 강자'의 자리를 위협당하고 있다. 조 내정자는 앞서 자추위 추천을 받은 26일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내정자는 우리은행 내부에서 '기업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1992년 상업은행에 입행한 이후 중소기업전략팀 과장, 상일역 지점장, 전략기획부장을 지냈다. 2012년부터 본점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대기업심사부장, 강북영업본부장을 거쳐 지난해 기업그룹 집행부행장에 이르기까지 10여 년간 기업금융 부문에 집중해 영업 능력을 쌓아왔다.
2011년 12월 지점장 초임지였던 우리은행 상일역지점을 ‘1등 점포’로 만들었고, 본점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으로 근무하던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은행 성과평가기준(KPI) 1·2위를 기록해 영업역량을 입증했다.
조 내정자는 중소기업 육성 분야에서도 성과를 냈다. 그는 2022년 12월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시절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중소벤처기업 금융지원상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및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여신 확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금융지원 등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시행한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이어주는 공급망금융플랫폼(SCF) ‘원비즈플라자’ 출시도 조 내정자의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다. 원비즈플라자는 구매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중견·중소 기업이 별도 비용 없이 가입해 구매업무를 수행하고 협력사와 실시간 협업할 수 있는 기업 디지털 공급망 플랫폼이다. 조 내정자는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때 이 플랫폼 구축에 착수한 지 반년 만에 플랫폼을 완성, 지난해 9월 금융권 최초로 출시해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자추위가 조 후보자를 임 회장과 함께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영업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한 이유다.
조 내정자가 풀어야 할 두 번째 과제는 새로운 기업문화 정립이다. 우리은행에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간 갈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에 '우리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한 것도 이런 내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임 회장은 3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업·한일은행 계파 간 갈등은 인사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하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인사의 투명성,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로 새로운 선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조 내정자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뽑힌 첫 인물인 만큼 조직 쇄신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조 내정자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로 통한다. 자추위 위원들은 조 후보자를 두고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중재안을 함께 도출하는 새로운 조직 문화를 이끌 수 있는 온화하고 봉사하는 마인드를 가진 인물”로 평가했다. 행장 선임 프로그램 중 심층면접을 진행했던 외부 전문가들도 조 후보자에 대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성향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 내정자는 7월 3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직후 공식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어 공석이 되는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도 우리금융 자추위를 통해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