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는 재건축 기대감이 높았다. 단지 주변 공인중개사무소 벽면에는 ‘재건축 조합설립 임박! 마지막 투자!’라는 문구와 함께 매물 정보지가 곳곳에 붙어 있었고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아파트 매수 문의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매매 가격도 오르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최근 재건축 조합설립 초읽기에 들어간 은마아파트의 매매 가격은 날로 상승하는 모습이다. 조합설립 이후에는 실거주 의무와 전매제한이 생겨 조합설립 전에 매수하려는 이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용 76㎡(31평)은 지난 달 21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올해 초인 1월만 해도 20억3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몇 달 만에 1억 넘게 오른 모습이다. 전용 84㎡(34평)도 마찬가지로 1월 21억5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이달에는 3억 가까이 오른 24억2500만 원에 팔렸다.
이에 대해 인근 A공인중개사는 “현재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조합이 설립되고 나면 전매제한과 함께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에 그 전에 매물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인 탓에 신고는 아직 안돼 있지만 5월 마지막 거래는 전용 76㎡가 22억5000만 원, 전용 84㎡가 24억7000만 원에 이뤄졌고 거래 건수 또한 5월에 15건 이상으로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호가 역시 이미 높아진 상태다. 전용 76㎡가 22~23억 원, 전용 84㎡는 25~26억 원에 형성돼 있다는 것이 현장의 중론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기대감에 따라 경매 물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8일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 경매 물건이 26억5288만 원에 최종 낙찰됐다. 두 차례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되는 등 수모를 겪었던 해당 물건이 이번에는 45명이나 응찰에 몰리면서 시세보다 2억 원 가량 비싼 가격에 팔린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일반적으로 거래하는 매매 물건에 비해 별도의 제한이 없는 경매 물건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있는 지역의 아파트는 실거주 의무기간 2년이 부과되고 분양받을 권리를 되파는 분양권 전매가 3년 간 제한된다. 반면 경매로 낙찰받은 아파트는 실거주 의무기간과 전매제한이 없다.
B공인중개사는 “경매 물건이 다소 비싼 가격에 낙찰되긴 했지만 전·월세를 놓을 수 있어 갭투자가 가능하고 재건축 이후에는 약 45억 원정도 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얻을 차액을 고려한다면 투자 목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은마아파트의 최근 분위기 전환이 재건축 기대감과 함께 조합 설립 전 투자자들이 몰려 생긴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조합 설립 이후에는 실거주 의무와 전매제한 요건을 충족한 매물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며 “제한도 없고 가격도 비교적 낮은 조합 설립 전에 매수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거래된 경매 물건에 대해서는 “비교적 높은 가격에 낙찰 받았지만 경매로 사면은 각종 제한이 면제되고 재건축 이후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을 감안하고 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은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조합설립 전에 차액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은마아파트에 몰리는 것”이라며 "경매를 통해 낙찰받는 것은 통상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체결돼야 하는데 이번 경매 사례는 이례적으로, 재건축 기대감에 시세보다 높게 낙찰받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