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30일 ‘서울형 혁신학교 정책 추진 간담회’
3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진행된 ‘서울형 혁신학교 정책 추진 간담회’에서는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와 혁신학교 교장·교사, 학부모, 졸업생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같은 의견이 오갔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난다는 취지로 교육과정 등을 혁신적으로 꾸려가는 자율학교로 2011년 29개교를 첫 지정됐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현재 초등학교 183개교와 중학교 49개교, 고등학교 17개교, 특수학교 4개교 등 총 253교에 이른다.
혁신학교는 토론과 체험 중심 수업을 내세우지만, 시험과 숙제를 줄이고 국어·영어·수학 같은 교과 수업에 상대적으로 소홀해 학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받았다. 2018년에는 시교육청이 송파구 헬리오시티 내 신설 초·중학교 세 곳을 혁신학교로 직권 지정하려다가 입주민 반발에 막히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날 기조 강연에 나선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혁신학교에 대해 “부족하지만 권위주의적 학교 시스템을 극복하고 민주적 교육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다는 진전이 있다”며 “향후 (교육감 임기가 남은) 3년 동안 혁신교육 2라운드의 길을 개척해 가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혁신학교 관계자들에게 “학교가 주도적으로 개척적 시도를 함으로써 새롭게 일반화할 수 있는 게 나와야 한다”며 “우리도 크든 작든 간에 지원해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학교인 선사고를 졸업하고 혁신학교졸업생연대 ‘까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근영 서울지부 부대표는 간담회에서 “학교를 통해 처음으로 주체적인 사람이 됐다”며 “생명을 사랑하는 선생님을 만나 지구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많은 팀플을 겪으며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장점이 있다는 걸 배우고 공존하는 법을 알았다”는 긍정적인 경험을 소개했다.
지적도 여럿 나왔다. 하늘숲초에서 10년째 근무 중이라는 한 교사는 “시교육청 조직개편으로 교육혁신과 이름이 디지털·AI 미래교육과로 바뀌면서 혁신학교가 미래학교로 바뀐다고 들었었다”며 “이름은 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만 경기도 등에서 이름을 바꾸면서 ‘사업이 잘 안 된다’, ‘정부가 바뀌어서 (사업을) 버렸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들린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혁신학교라는 전략적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디지털과 AI라는 전술적 유연성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함영기 교육정책국장이 ‘혁신’이란 말을 지키자고 해서 (조직 명칭을 디지털·혁신미래교육과로)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3일 시교육청은 조직개편을 통해 7월 1일부터 ‘교육혁신과’의 이름을 ‘디지털·AI 미래교육과’로 바꾼다고 했다가 25일 ‘디지털·혁신미래교육과’로 명칭을 최종 확정했다. 또, 지난 10일 ‘서울형 혁신교육지구’의 이름은 ‘미래교육지구’로 바꿔 새롭게 출발한다고 발표했다. 서울형 혁신교육지구는 시와 교육청, 자치구가 협력하는 ‘지역 교육 공동체’ 사업으로, 혁신학교 운영을 뒷받침해왔다.
학생자치활동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노근영 부대표가 “혁신학교에서 학생자치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최근 코로나로 그런 활동들이 많이 위축됐다”고 지적하자, 조 교육감은 “혁신학교에서 학생자치모델을 개척적으로 실험해준다면 저희가 벤치마킹할 것”이라고 답했다.
꾸준히 비판이 나왔던 학력 문제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신현고의 15년차 교사는 조 교육감에게 “대입이라는 전제와 고교학점제라는, 혁신학교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정책도 있다”며 “혁신학교 정신에 입각한 대입제도나 고등학교 교육에 대한 견해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조 교육감은 “토론 교육 등을 부각시킨다면 혁신학교가 앞서가는 것”이라며 “학교에서 논술 교육에 대해 개척적 실험을 한다면 정책으로 재구성해볼 것”이라고 답했다.
교육청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효문고의 한 교사는 “오늘 발표를 보면 다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는 것들”이라며 “현장에서 이뤄지려면 교육청에서 파격적인 지원을 통해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한데, 그런 여건이 돼 있는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