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미국 IRA에 인도네시아 배터리 베팅 위기

▲중국 노동자가 2020년 11월 30일 리튬 배터리를 포장하고 있다. 허베이(중국)/신화뉴시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으로, 니켈은 한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데 필요한 핵심 원료다. 그러나 현지 니켈 생산과 가공 대부분은 중국 기업에 의해 통제되고 있어 많은 한국 기업이 이들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4월 LG에너지솔루션은 포스코, 인도네시아 국영기업 2곳, 중국 저장화유코발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같은 해 11월엔 SK온이 국내 에코프로, 중국 거린메이와 니켈 중간재 생산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올해 들어선 인도네시아에 대한 우리 기업의 투자액이 30억 달러(약 4조 원)를 넘어섰는데, 대부분 배터리 관련 투자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과의 협력을 용인할 것인지다. 애초 미국이 IRA를 시행하게 된 배경엔 자국 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함도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을 유도하기 위함도 있다. 만약 미국이 인도네시아에서 중국과 협력하는 우리 기업을 IRA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인도네시아는 기껏해야 지역 생산 허브에 그치게 된다. 이는 인도네시아를 글로벌 전기차 생산 핵심 허브로 삼으려던 한국 계획이 막대한 차질을 빚는다는 의미다.

김경훈 대외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인도네시아를 전기차 생산의 주요 허브로 삼을 계획이었지만, 미국의 양보 없인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UBS의 팀 부시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개입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인지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기업들에 2025년 초까지 IRA 규정을 준수한 공급망 구축을 완료하도록 한 것이 문제”라며 “규칙에 대한 통보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 기업이 공급망 다각화에 필요한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강행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IRA 수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FT는 “올해 초 미국 재무부는 한국 기업이 국내에서 더 많은 부품을 생산하기 쉽게 하는 지침을 발표했다”며 “이는 한국에서 가공한 니켈 제품은 인도네시아에서 조달해도 IRA 준수 대상에 지정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인도네시아는 미국이 3월 일본과 체결한 것과 유사한 주요 광물 협정을 맺기 위해 미국 정부에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