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전국 기준 3701건…“비아파트 역전세 심화 우려”
지난달 전국 임차권설정등기 신청 건수가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세사기 여파가 계속되는 데다 역전세난까지 겹치면서 세입자의 전세금 사수를 위한 법원행(行)이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4일 본지가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임차권설정등기 신청 부동산(집합건물 기준)은 전국 기준 3701건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임차권등기 신청 건수 최고치는 지난 3월 기록한 3484건이다. 이 기록은 법원 등기정보광장이 자료를 제공하는 2010년 1월 이후 13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었지만, 지난달 기준으로 2달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지난달 기록은 1년 전인 지난해 5월 805건과 비교하면 360%가량 폭증했다.
임차권등기 제도는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난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때 법적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 장치로, 세입자가 보증금을 못 받는 경우 신청하는 대표적인 법적 대응 수단이다. 즉 임차권 등기가 설정돼 있다는 것은 전 세입자가 돈을 받지 못하고 이사를 갔다는 뜻이다.
실제로 임차권등기 신청은 지난해 11월 전세사기가 확산한 시점 이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임차권등기 신청건수는 지난해 10월 전국 기준 1257건에서 같은 해 11월 1695건, 12월 2309건으로 급증했다. 이어서 올해 1월 2132건과 2월 2850건 등으로 재차 늘었다. 3월에 최고치를 찍고 4월엔 잠시 주춤하는 듯 했지만 다시 최고치를 경신하며 전세시장 불안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249건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은 4월 995건으로 1000건 이하를 기록했지만, 한 달 만에 249건(25%) 급증했다. 이어서 전세사기가 몰린 인천은 지난달 787건으로 4월 706건보다 81건(11.4%) 늘었다. 경기도 역시 이 기간 877건에서 1005건으로 139건(15.8%) 늘었다.
전세사기 피해가 이어지고 있고 역전세난까지 심화되는 전세시장 불안으로 당분간 임차권등기 신청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날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3억8565만 원으로 1월 4억1412만 원 대비 2847만 원 하락했다. 전국 기준으로도 아파트 전셋값은 이 기간 3억595만 원에서 2억8742만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비(非)아파트인 연립주택 전셋값 역시 약세다. 지난달 수도권 평균 전셋값은 1억6986만 원으로 지난해 11월 1억7181만 원을 기록한 뒤 6개월 만에 1억6000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향후 역전세난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펴낸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역전세 위험 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5.9%(51만700가구)에서 올해 4월 52.4%(102만6000가구)로 크게 높아졌다”며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상당 부분 (전세계약)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입주 과잉지역이나 비아파트 전세시장을 중심으로 역전세난 심화 우려가 크다”며 “아파트 전세시장은 최악의 상황은 아니지만, 비아파트 갭투자가 몰린 지역의 역전세 이슈는 정부의 전세반환대출 지원 등 지원책만으론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