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부동산 상승기 시절 틈새시장으로 주목받았던 아파트 보류지 시장이 다시금 떠오르는 모양새다. 지난해에는 할인분양을 해도 수차례 유찰됐던 서울 주요 단지 보류지들이 최근 속속 주인을 찾아가고 있어서다. 아파트값이 다시금 상승하고, 거래도 늘어나는 등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보류지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염리3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최근 마지막으로 남았던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보류지 전용면적 59㎡형 1가구를 처분하면서 보류지 전체 8가구를 완판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조합은 지난해 3월 한 차례 보류지 매각 공고를 냈으나 단 한 가구를 매각하는 데 그쳤다. 이후 따로 공고를 내지 않고 공인중개업소를 통해 보류지를 판매해 왔다. 올해 들어 수요가 높아지면서 처분하기 수월했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염리3구역 조합 관계자는 “저번 주 마지막으로 남았던 보류지 한 가구가 거래됐다”며 “작년 첫 매각 공고를 냈을 때는 한 가구만 팔렸는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며 보류지 4가구가 내리 팔렸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은 첫 매각 당시 최저 입찰가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팔렸던 전용 59㎡형은 11억9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첫 공고 당시 최저 입찰가였던 14억5000만 원 대비 2억6000만 원 낮은 값이다.
이처럼 최근 서울 곳곳에서 주요 단지 보류지들이 매각에 성공하고 있다.
서대문구 홍제동 제1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올해 3월부터 전용 55㎡형 2가구, 59㎡형 1가구 등 보류지 총 3가구 매각에 나선 결과, 전용 55㎡와 전용 59㎡ 각각 1가구를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조합은 조만간 남은 보류지 1가구에 대해 공고를 다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수차례 공고를 냈지만, 줄줄이 유찰됐던 곳에서도 완판 소식을 알렸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 제2지구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최근 5번째 매각 공고를 진행한 끝에 르엘대치 보류지를 모두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남았던 두 가구는 전용 59㎡형과 77㎡형으로 각각 19억2600만 원, 23억7600만 원에 팔렸다. 1차 공고 당시보다는 각각 4억2800만 원, 5억2800만 원 내린 값이다. 이곳은 지난해만 4차례 공고를 진행했지만, 당시 부동산 시장 하락세가 짙어지면서 주인을 찾는 데 고전했다.
이처럼 다시 보류지 시장이 주목받게 된 건 다시금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오름세로 전환하는 등 회복 기대감이 번지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4% 올랐다. 서울 아파트값은 27일 0.03% 오르면서 상승 반전한 데 이어 오름폭을 더 키운 것이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월 기준 3184건으로, 지난해 12월 835건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다.
한편 보류지는 조합이 분양상황 변화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조합 몫으로 남겨둔 물량이다. 전체 가구 수의 최대 1%까지 보류지로 남겨놓을 수 있다. 만 19세 이상 개인이나 법인 누구나 청약 통장 없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