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0.25%p 인상과 같은 규모 긴축 효과
“유동성 위축, 금융위기 수준”
은행 예금 감소 압력 가중…주식·채권시장에도 악영향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법안에 서명을 완료하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정국에 종지부를 찍었다. 미국 재무부 금고가 바닥나는 오는 5일 디폴트 시한을 이틀 남긴 시점에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셈이다.
최악의 사태는 넘겼지만, 양측의 벼랑 끝 협상에 따른 여파가 금융시장에 막대한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재무부가 바닥난 정부 자금을 서둘러 보충하기 위해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것이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여 은행 시스템과 증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경고했다.
미국 국채 발행 규모는 올해 3분기 말까지 1조 달러(약 131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규모 국채 발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리는 것과 같은 긴축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가뜩이나 취약한 미국의 은행시스템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모건스탠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단기 국채에 대한 투자 움직임이 은행 예금 감소 압력을 가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금 인출은 올해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미국 지역은행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현재는 상황이 다소 진정된 상태지만, 대규모 미국 국채 발행을 계기로 예금 감소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미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역시 악영향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디폴트 불확실성 해소로 증시가 반등할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대규모 국채 발행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 증시와 채권시장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단기 국채 매입에 돈이 쏠리면서 주식과 다른 자산을 위한 유동성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이 여파로 뉴욕증시 벤치마크인 S&P500지수가 향후 2개월 동안 5.4% 하락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JP모건체이스도 “국채 대홍수로 인해 주식과 채권에 대한 사실상의 양적긴축 영향이 한층 악화할 것”이라며 “올해 미국증시가 거의 5%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NG는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이 채권 시장의 불안을 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기업 위험 관리 기업 펜소어드바이서스의 아리 베르그만 설립자는 “미국 재무부가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서면서 시장은 매우 깊고 갑작스러운 유동성 고갈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이전에도 이런 유동성 감소가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실제로 부정적 영향을 불러일으킨 것을 봤다”고 설명했다.
JP모건은 미국 통화 공급 상황을 망라한 광의유동성지표가 약 1조100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이는 매우 큰 유동성 유출”이라며 “이러한 경우는 흔치 않다. 이런 규모의 위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심각한 붕괴 상황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