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진 환경부 장관 "4계절 지켜본 후 전국 시행 결정"
세종시와 제주도에서 시행 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올해 말 전국으로 확대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년 만에 부활한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지난해 12월 2일 시작돼 시범사업 추진 6개월이 지났다. 정부가 대략 1년의 사업 성과를 지켜본 후 전국 시행을 결정하겠다고 했으니 반환점을 돈 셈이다. 현재까지의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지적도 있으나, 컵 회수율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고, 시범사업을 통해 부족한 점이 개선된다면 전국 확대도 충분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커피 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사용하는 일회용컵에 보증금을 할당하는 제도다. 소비자는 일회용 컵을 반환할 때 지불한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는다. 즉, 카페에서 음료를 일회용컵에 받으면 보증금 300원을 내고,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되돌려 받는 방식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만 한해 28억여 개가 쓰이는 일회용컵 재활용률은 높이고 사용량은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애초 지난해 6월 전국에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와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부담을 오롯이 진다고 반발해 12월로 시행이 연기됐다. 또, 전국이 아닌 제주도와 세종시에만 한정해 시범 운영됐다.
2003년에도 시행됐었지만, 회수율이 40%를 밑돌면서 시행 6년 만인 2008년 폐지된 바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보증금이 지금보다 더 낮았고, 반납도 더 불편했기 때문에 회수율 상승에 한계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당시에는 구입한 매장에서만 반납이 가능했다.
이번 시범사업 역시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 일회용컵은 반납받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다른 브랜드 컵을 받아 준 매장도 적지 않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이는 A브랜드 컵을 B브랜드 매장에 반납해 보증금을 받아 가는 이른바 '교차반납'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단 것이다. 교차반납은 소비자가 컵을 반납하기 쉽게 만들어 회수율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회수율의 상승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를 간신히 넘었던 회수율은 올해 1월 19.5%, 2월 26.4%, 3월 34.9%, 4월 35.6%로 꾸준히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회수율 상승세가 속도를 내는 등 시범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전국 확대도 빨라질 수 있다.
환경부는 보증금제 전국 시행과 관련해서는 '3년 내'라고 기한을 제시했다. 2025년이 끝나기 전에는 전국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겠다는 의미다.
현행 '일회용 컵 보증금 대상 사업자 지정 및 처리지원금 단가 고시' 부칙에는 세종과 제주 외 지역에 대해 고시 시행일 이후 3년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환경부 장관이 정하는 날 보증금제를 시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와 관련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올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매장과 사업장, 소비자 부분에 있어 (제도를) 시행하면서도 계속해서 불편과 개선사항이 있다"며 "최소 1년 동안 시행 경과를 지켜보고 전국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