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은 ‘복고’라는 새로움의 공간…5060에는 과거 향수 느끼는 곳
5일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 열리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유행화장전(展)’을 구경하러 온 30대 임모 씨는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1980년대 옷 여러 벌을 입어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유행화장전(이하 유행화장전)’은 신라면세점 서울점에 새롭게 만들어진 ‘Cafe LA(카페 라)’ 오픈라운지에서 진행 중인 전시회다. 1980년대 가정집을 재현한 전시장에는 당시 의상, 화장품, 라디오 등이 배치돼 있어 직접 이용해볼 수 있다.
10평(약 33㎡) 남짓 되는 전시회장 입구 오른쪽에는 ‘할머니 장롱’으로 불리는 고운 자개가 달린 장롱이 서있다. 양문형인 장롱 안에는 1980년대 유행했던 30여벌의 여성 옷과 모자‧안경‧스카프 같은 소품이 빼곡하게 들어있다.
어깨에 패드가 들어 있어 칼 같은 각도를 자랑하는 초록색 정장 상의를 꺼내 걸치자 전시회 도슨트인 김혜원 씨는 “당시에는 보색을 매칭해 입는 게 유행이었다”며 빨간 모자를 건넸다.
이날 오전까지 30명이 전시회를 찾았다. 신라면세점에 따르면 평일에는 평균 50명, 주말에는 80~100명 정도의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 예약을 통해 오기보다는 신라면세점 등에 왔다가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김 씨는 “20~30대와 50~60대 여성이 많이 온다. 젊은 층에는 ‘복고’라는 새로움을 주고, 연령대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며 “부모님을 모시고 왔었는데 정말 좋아하셨다”고 미소지었다.
자개 장롱 맞은편에는 1980년대 거실을 재현한 공간이 펼쳐졌다. 벽에는 뻐꾸기시계가 걸려있고 뒤가 불룩한 텔레비전(브라운관 TV)이 당시 광고를 재생하고 있었다. ‘남성을 위한 로-숀’과 같은 문구는 1980년대를 그대로 담고 있다.
탁자 위에 펼쳐진 당시 ‘향장’ 잡지에는 ‘무릎 위 살이 건조해서 걱정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화장을 알려주세요’처럼 독자가 보낸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 눈길을 끌었다. 추천된 화장품은 당시 아모레퍼시픽이 만들어 인기가 높았던 제품들이었다.
면세점에 들렀다가 전시회를 소개받고 방문했다는 관람객 한모 씨는 “원래 화장에 관심이 많은데 전시회에서 당시 제품이나 의상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요즘 Y2K(밀레니엄 버그)가 다시 뜨고 있는데 그 이전에 유행했던 것들도 충분히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시회 다른 공간에서는 녹음된 테이프를 재생해 1980년대 유행했던 노래를 감상할 수도 있다. 또한, 시대별로 달라진 화장품 트렌드를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번 전시회는 아모레퍼시픽이 1945년부터 기록을 보관(아카이빙) 해왔던 화장품과 의상 관련 자료를 토대로 만든 자료집 출시를 기념해 기획됐다. 신라면세점과 협업으로 이달 15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