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고립 심화에 중국과 독자 이사회 창설 가능성도
북극항로도 통제 없이 이용할 수 있어
기후변화 대응 악영향…무질서한 개발 불안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서방 국가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극의 풍부한 천연자원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곳에서 커져가는 지정학적 긴장을 악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방 고위 관리들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곳의 긴장과는 동떨어진 이른바 ‘북극 예외주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북극이사회 서방 7개 이사국은 지난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환경보호에서 원주민 권리 논의까지 모든 방면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중단했다. 여기에 지난달 노르웨이가 러시아로부터 순환의장국을 넘겨받게 되면서, 러시아의 고립은 한층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이사회는 북극권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 논의, 북극 주변 거주민 보호 등을 목적으로 한 정부 간 협의체다. 1996년 오타와 선언을 계기로 출범했다. 미국과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서방 7개국과 러시아까지 총 8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13개 국가는 북극권 국가는 아니지만 이사회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옵서버 국가로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 회원국과의 갈등 속에서 급기야 북극이사회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니콜라이 코르추노프 러시아 외교부 북극 대사는 지난달 러시아의 의장국 임기 만료를 앞두고 “북극이사회 행사에 러시아를 초대하지 않는다면 회원국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러시아는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가장 우려되는 사안은 러시아가 이에 맞서 중국과 함께 독자적인 북극위원회를 만드는 경우라고 FT는 전했다. 이렇게 되면 양국은 이 지역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상당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북극항로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북극 지역 한 국가의 고위 관료는 “러시아와 중국이 자신들만의 북극위원회를 꾸릴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북극을 둘러싼 양측의 협력 강화는 이러한 우려에 불을 붙이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북극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긴장 관계를 조성해왔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양측은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에서 북극항로를 위한 공동 실무기구를 창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착 상태가 지속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 생긴 북극권 항로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사회의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북극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지역이며 각국은 석유·가스·희토류 등 이 지역의 풍부한 원자재에 주목하고 있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규칙 없는 북극 혹은 기후변화에 대한 공통 목표가 없는 북극 지역을 만들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외교관들은 러시아를 배제하는 것이 확실하게 딜레마를 일으킨다고 인정했다. 한 서방국 고위 북극 정책 입안자는 FT에 “러시아는 북극 지역의 40%를 차지하는데 우리는 지금 러시아와 협력할 수 없다”며 “이것이 우리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