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4조5650억 원…역대급 요구안
판매량 유지·전동화 과제에 부담 우려
현대자동차·기아 노조가 도합 4조5650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 지급을 포함한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판매 3위 유지, 전동화 등 과제를 떠안은 현대자동차그룹에 노조 리스크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 집행부는 5일 임금 및 단체협약 별도 요구안을 마련했다. 기아 노조는 7일부터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최종 요구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기아 노조는 전국금속노조 방침에 따라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을 제시하기로 했다. 기아의 지난해 기본급 인상액은 9만8000원으로, 올해 요구안은 지난해보다 90% 가까이 인상률을 높인 셈이다. 실제 임단협 과정에서 요구안보다 낮은 수준으로 합의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노사 간 견해차가 클수록 합의까지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기아 노조는 성과 기준표를 도입해 매년 영업이익의 30%를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내용도 제시했다. 지난해 기아의 영업이익은 7조2331억 원으로, 이 중 30%는 2조1699억 원에 달한다.
이 밖에 기아 노조는 제조업 최초로 ‘주 4~4.5일제’ 도입, 정년연장(60세→64세) 및 신규 인원 충원, 동희오토 법인 통합 또는 분회 설치 등의 안건도 교섭 테이블에 올렸다.
기아 노조에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5일 단체교섭 요구안을 확정했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을 포함해 순이익의 30%(주식포함)를 성과급으로 지급, 상여급 9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은 7조9836억 원으로, 이 중 30%는 2조3951억 원이다.
또 산업전환에 따른 조합원 고용안정 요구, 신규 인원 충원, 포괄임금제 폐지 등 굵직한 안건들을 별도 요구안에 포함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달 13일쯤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교섭에 나선다.
현대차·기아 노조가 사상 최대 수준 요구안을 마련하자 사 측은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판매량 전 세계 ‘톱3’ 체제 굳히기, 전동화 등 글로벌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가 불거질 우려가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총 684만5000대를 판매해 토요타그룹(1048만3000대), 폭스바겐그룹(848만1000대)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톱3 진입이 이번이 처음인 만큼 순위 유지라는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이와 동시에 전동화 전환이라는 목표도 달성해야 한다. 현대차·기아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36%, 기아 약 37%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전기차 생산은 물론 전기차 전용 플랫폼 다양화, PE 시스템 고도화 등 연구·개발 등 전기차 분야에 2030년까지 24조 원을 투자한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생산을 위해 2025년까지 74억 달러(약 9조6700억 원)를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전동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주요 과제가 쌓여있는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 현실화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기아는 2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한 만큼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는 투쟁 강도가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