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테이블 마련없이 갈등만 심화
노조는 '이전 반대 결의대회' 열어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취임한 지 1년을 맞았다. 지난해 6월 7일자로 임명된 강 회장은 취임 이후 골칫거리로 꼽혔던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최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다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건과 KDB생명의 매각 건 등 의숙제가 남아있다. 취임 초기부터 불거진 부산 이전 반발에 따른 노동조합과의 갈등은 1년째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7일 산은에 따르면 강 회장은 조용히 취임 1년을 맞았다. 기자간담회도 열지 않았고, 특별한 일정도 없었다. 오히려 산은 노조는 이날 산은 여의도 본점과 서여의도 일대에서 ‘산은 이전 반대 투쟁 1주년 기념 전직원 결의대회 및 이전 반대 행진’을 개최했다. 지난해 6월 8일 강 회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시작으로 산은 이전 반대 집회까지 1년 째 농성 중이다.
강 회장과 노조의 갈등은 취임 이후 줄곧 이어졌다. 대화를 통해 풀 기회도 없었다. 양측 간 입장차가 워낙 첨예하다 보니 대화 테이블 자체가 마련되지 못한 터다.
꼬인 실타래를 풀 자리를 만들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측은 노조와의 대화 테이블을 부산 이전 전제로 설득하기 위한 자리로 생각하고, 노조 측은 부산 이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차원에서 논의하길 바라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회사에서도 노조와 대화하길 꾸준히 원하고 있지만,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라는 점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는 부분을 전제로 이야기하다 보니 대화 창구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과 대화를 하자는 것 자체가 부산 이전을 위한 타당성 문제부터 논의하자는 것인데, 부산 이전을 전제로 깔고 대화 테이블을 마련하자고 하면 대화를 할 수 있겠냐”고 했다.
산은 노사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산은 이전을 위해 이전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행정절차를 마무리했지만, 지방 이전 계획안은 시작 단계에 불과해서다. 산은은 이전 계획안 작성에 앞서 ‘산은 정책금융 역량 강화 컨설팅’을 추진 중이다. 산은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있는데, 노조의 반대로 직원 의견 수렴 절차를 밟지 못해 발표도 늦어지고 있다. 향후 컨설팅 결과 발표와 그에 따른 이전 계획안 작성·제출 등이 이어지면 노사 간 갈등은 더욱 풀기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본사의 부산 이전인데, 노조가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 노조는 올해 초 사측이 직원 45명을 부산에 전보발령 낸 데 대해 법원에 ‘동남권 전보발령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또한, 사측이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이사회가 아닌 외부 호텔에서 경영협의회를 통해 의결한 데 대해서도 부당하다며 ‘경영협의회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