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G 문자·3G 카카오톡 페이스북·LTE 유튜브 넷플릭스 업고 성장
통신사 AR·VR·메타버스·클라우드게임 내세웠지만 수요층 제한적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을 사용화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용자들은 “LTE로도 충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5G를 대표하는 ‘킬러콘텐츠’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업계는 앞다퉈 5G 시대를 앞당길 킬러콘텐츠로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도전장을 냈지만 일부 사업은 철수하거나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동안 이동통신 기술은 세대가 진화할 때마다 인간의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만한 대변혁을 가져왔다. 하지만 5G는 여전히 이용자들이 체감할만한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는 평가다.
음성통화만 가능했던 1G에서 2G로 넘어가면서 이용자들은 문자 송수신이 가능한 시대를 경험했다. 2G에서 3세대로 진화할 때는 무선인터넷 시대가 열리며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모바일게임 등 멀티미디어를 통해 인터넷 생태계가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갔다. LTE시대에는 스트리밍 서비스 전송속도가 개선되면서 유튜브,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봇물 터지듯 등장했다.
당시 이통사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통신망을 구축했지만 실제 수익은 플랫폼사들이 거둬들이며 통신업계에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말이 돌았다. 2G 시대 유료 문자 서비스를 제공했던 이통사들은 3G에 접어들면서 카카오톡에 주도권을 넘겨주며 매출 하락을 감당해야 했다. LTE 시대에서는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인터넷망을 이용해 수익을 거둬들이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통사들이 상용화 초기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메타버스, 클라우드게임 등 킬러콘텐츠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도 더 이상을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를 표명한 것이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통사의 5G 킬러콘텐츠 육성은 실패로 끝나는 모양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5G가 자율주행차나 원격진료, 메타버스 등과 같은 서비스에 이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실제로는 LTE나 5G 용도가 차이가 크게 없다”며 “네트워크가 발전하고 속도가 빨라졌는데도 킬러콘텐츠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AR, VR의 경우 단말기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 크고 그렇기 때문에 쓰임새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자사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게임박스를, LG유플러스는 클라우드게임 서비스 지포스나우를 이달 30일부로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AR과 VR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에는 KT가 슈퍼VR 서비스를 종료했고 LG유플러스가 엔리얼과 야심차게 준비한 AR기기 U+리얼글래스도 판매를 중단했다. SK텔레콤이 선보인 점프AR, 점프VR과 5GX 클라우드게임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통신사들은 해당 서비스들이 차세대 먹거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손을 떼지 못하지만 실제 5G 콘텐츠의 영향력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메타버스 이용률은 4.2% 그쳤다.
같은 기간 시장조서기관 DSCC(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에 따르면 글로벌 AR·VR 단말 규모는 960만 대로 전년 대비 12% 감소가 예상된다. 반면 방통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OTT 이용률은 전년 대비 2.5%p 증가한 72%이며 이 가운데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비중이 89.1%로 가장 높았다. 여전히 이용자들은 LTE세대에 머물러있다는 방증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AR이나 VR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5G로 이용자들이 사용할만한 서비스는 현재로서는 유튜브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