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스포츠 드라이빙’ 도전
위험상황 체험하고 대응능력 키워
지난 1일 충남 태안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HMG 센터)를 방문해 기아의 레벨 2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레벨 1 수료 이후 일주일 만이다.
HMG 센터에서 운영하는 레벨 1 프로그램 또는 현대 드라이빙 아카데미 펀(Fun) 이상을 수료하거나 타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이수해야 레벨 2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레벨 2는 기초적이었던 레벨 1보다 ‘스포츠 드라이빙’에 가깝다. 교육 시간도 레벨 1(120분)의 1.5배가 넘는 190분으로, 생각보다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
교육 코스는 △다목적 주행코스 △고속주회로 △킥 플레이트 코스 △마른 노면 서킷(A코스) 등 총 네 곳에서 진행한다. 레벨 1과 같거나 비슷한 코스도 있지만 레벨 1에서는 볼 수 없던 고속주회로, 킥 플레이트 코스를 포함한다.
기아 레벨 2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차는 EV6 가운데에서도 고성능 버전인 GT다. 최고출력 585마력, 최대토크 75.5kgfㆍm를 낸다. 단순히 수치만 따져보면 배기량 7500cc 가솔린 엔진의 순발력과 맞먹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5초.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슈퍼카들을 가볍게 룸미러에 가둬버릴 수 있는 순발력이다
현대차그룹의 모든 브랜드가 전동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 가운데 기아는 아에 전동화 브랜드임을 강조하기 위해 HMG 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전기차로만 운영한다.
레벨 1과 마찬가지로 가장 먼저 다목적 주행코스에 오른다. 레벨 1 슬라럼(러버콘을 세워두고 S자를 그리며 빠져나가는 주행)과 비슷하지만 콘을 양쪽으로 세워 게이트(문)를 만들고 그사이를 빠져나와야 한다. 크게 다르지 않지만 차폭에 대한 감각이 좀 더 중요하다.
슬라럼을 지나면 긴급 제동 코스다. 러버콘으로 만든 게이트 사이로 짧은 거리를 두고 장애물용 러버콘을 하나 더 세워둔 뒤,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밟으며 콘을 피하면 된다. 단순히 콘을 지나쳐가는 ‘회피 기동’이 아니라 회피와 동시에 차를 완전히 멈춰 세워야 한다. 레벨 1 교육을 무난히 받았다면 크게 어렵지 않다.
슬라럼과 긴급 제동을 포함한 레벨 2 프로그램 내내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따라 주행 모드와 회생제동 단계를 조정한다. 이 과정을 통해 주행 모드별 차의 움직임은 물론 회생제동 단계에 따른 제동 감각을 체험할 수 있다.
슬라럼ㆍ긴급제동 코스가 끝나면 고속주회로로 진입한다. HMG 센터의 고속주회로는 총 길이가 4.6km다. 회전 구간의 경사면(뱅크각이라고 부른다)은 42도에 달한다. 이날 프로그램에서는 고속주회로 내 긴 직선 코스만을 활용해 드래그 레이스를 진행했다.
드래그 레이스는 모터스포츠의 한 장르다. 평지에서 동시에 출발해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는 순서대로 순위를 매긴다.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차량 두 대로 드래그 레이스를 진행하는데, 실제 레이스와 비슷하게 신호등엣 출발 신호가 뜨면 튀어나가는 방식이다. 참가자들이 같은 차량을 이용하는 만큼 출발 신호를 받고 빠르게 가속 페달을 밟는 반응 속도가 승패를 좌우한다.
드래그 레이스를 마치면 다시 다목적 주행 코스로 복귀한다. 이번에는 러버콘으로 장애물 코스를 만든 뒤 다른 참가자와 1대 1 대결을 펼치는 ‘폭스 헌팅(꼬리잡기)’이 기다리고 있다. 레벨 2 프로그램의 꽃 가운데 하나다.
폭스 헌팅은 말 그대로 다른 참가자의 꼬리를 빠르게 잡는 사람이 승리하는 대결이다. 러버콘으로 만들어진 주행 코스를 대칭으로 구성한 뒤, 양쪽에서 두 참가자가 동시에 시계 방향으로 출발한다. 대칭으로 된 같은 코스를 달리는 만큼 운전 실력이 더 뛰어난 참가자가 다른 참가자의 뒤를 점점 바짝 쫓아오게 된다. 인스트럭터의 출발 지시에 맞춰 정신없이 코스를 돌다 보면 쫓는 차와 쫓기는 차가 구분된다. 이 때 인스트럭터가 승패를 판정한다. 단 뒤를 바짝 쫓고 있더라도 코스 내 러버콘을 치면 그대로 실격, 패배한다.
직선 구간이 짧기도 하고, 곡선 코스가 좁고 구불구불해 가속보다는 좁은 구간을 빠르게 빠져나오는 것이 핵심이다. 드라이빙 스킬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코스로, 폭스 헌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한 긴장감이 일품이다.
폭스 헌팅이 끝나면 ‘킥 플레이트 코스’로 이동한다.
킥 플레이트 코스는 이름 그대로 바닥에 좌우로 움직이는 판을 설치한다. 차의 뒷바퀴가 이 판을 지남과 동시에 킥 플레이트가 빠르게 움직인다. 뒷바퀴를 순간적으로 뒤틀어 버리는 방식이다.
참가자는 중심을 잃고 흘러버리는 차의 자세를 바로잡아야 한다. 심지어 플레이트 이후로 물을 분사해 노면을 젖게 만들어 제어하기 힘든 상황을 연출했다.
장애물을 지나면 차량이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회전하는데, 이때 차가 회전하는 방향과 반대로 운전대를 빠르게 조향하는 ‘카운터 스티어링’을 해야 흔들리는 차체를 제어할 수 있다.
일반적인 운전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레벨 2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참가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코스다. 일부 참가자의 경우 여러 차례 기회에도 모두 스핀(차량이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대로 도는 현상)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장애물이 작동해 차가 흔들릴 때 당황하지 않고 차가 회전하는 방향을 빠르게 파악한 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는 것이 핵심이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마른 노면 서킷이 장식한다. 레벨 1은 전체 코스의 1.3km만을 사용하는 B코스를 달리지만 레벨 2는 반대 코스 2.0km를 사용하는 A코스를 주행한다. 코스의 길이가 길어진 만큼 회전 구간이 많아져 코너링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진다.
주행 자체는 레벨 1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폭스 헌팅, 킥 플레이트 등 거친 코스를 진행하고 난 뒤라 주행 자체의 난이도는 높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코너를 돌 때 바로 앞 코너만 보는 대신 더 먼 곳을 바라보며 주행해야 보다 자연스럽게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는 코너의 바깥쪽으로 진입하고 코너의 정점을 날카롭게 잘라먹는 게 핵심이다.
코너를 탈출할 때는 다시 코너 바깥으로 코스를 잡는다. 이른바 ‘아웃-인-아웃’이다. 레이싱 코너링의 기초로 여겨지지만, 경우에 따라 ‘인-인-인’ 등 다른 방식을 택하는 것이 빠른 주행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인스트럭터를 따라 침착하게 주행하면 된다.
주행 중 차량에 이상이 생긴다면 반드시 비상등을 켜고 인스트럭터에게 차량의 이상을 알려야 한다. 레벨 2 프로그램에 거친 주행이 포함된 만큼 이 코스에 들어오면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뜨기도 한다.
실제로 이날 인스트럭터를 제외한 참가자 2명의 차량 모두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떴다. 인스트럭터에게 차량 이상을 알리면 안전한 곳으로 이동 후 기술팀이 차량을 점검하러 오니 위험부담을 갖고 주행을 이어가는 대신 점검을 받고 프로그램을 재개하는 편이 안전하고 바람직하다.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레벨 1과 마찬가지로 이수증과 소정의 선물이 제공된다. 교육 시 목에 거는 등록증은 물론 이수증, 선물이 모일 때마다 과제를 하나씩 달성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울러 교육 하루 뒤에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인스트럭터의 평가가 올라오니 놓치지 않고 확인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지·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레벨 2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