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대중 규제 시행 후 한국ㆍ대만 기업에 1년 유예
미국 내부선 규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이 지난주 업계 모임에서 한국과 대만 기업에 적용한 기존 유예를 연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반도체 규제를 시행했다.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와 슈퍼컴퓨터·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16나노미터(nm·1nm는 10억 분의 1m) 또는 그보다 발전된 기술로 만든 로직칩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등을 만들 수 있는 장비와 기술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또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글로벌 기업에 대해선 개별 심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미국 동맹국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에 1년의 유예 기간을 제공했다.
그러나 올해 초 에스테베스 차관이 “유예가 만료되면 이들 기업의 중국 내 생산에 어느 정도 상한선을 두겠다”고 말하면서 불안은 다시 커진 상태였다.
유예를 연장하기로 한 것을 두고선 중국과의 갈등을 줄이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들어 미국은 중국에 온화한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정찰 풍선 문제 후 처음으로 회동해 이틀간 양국 주요 사안을 논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중국 경제와의 완전한 분리는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등 동맹국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유다. 아시아와 유럽 정부가 미국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특히 한국에서 가장 큰 비판이 나오고 있었다고 WSJ는 설명했다.
다만 미국에선 보수파를 중심으로 유예 연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예를 늘리다 보면 대중 수출 규제가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미 지난달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통해 “반도체를 포함한 기술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달라”고 촉구했다.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의 데릭 시저스 선임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TSMC를 가리켜 “두 거대 기업이 원하는 대로 하면 기술을 통제할 수 없다”며 “정부가 매우 약해 보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