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에서 만든 캐릭터 ‘벨리곰’이 회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유통 경쟁사인 이랜드그룹과 손을 잡고 의상을 만들기도 하고, 현대백화점에 팝업스토어도 여는 식이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벨리곰은 이날까지 롯데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19개 기업과 상품 협업을 진행했다. 가장 최근 손잡은 기업은 수영복으로 유명한 업체 ‘배럴’로 벨리곰은 래쉬가드, 수영복부터 보드숏, 워터 레깅스, 반팔 티셔츠, 수모, 파우치, 드라이백, 판초타월, 비치타월 등 총 20여 개의 제품에 함께했다.
벨리곰은 2018년 롯데홈쇼핑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했다. 유튜브에서 ‘깜짝 카메라’ 영상을 통해 인기를 얻기 시작해 현재 누적 콘텐츠 조회수는 3억뷰, SNS 팔로워는 145만 명에 달한다.
탄생 초기 벨리곰은 고정팬을 확대하기 위해 ‘롯데홈쇼핑’ 사명을 노출하지 않았다. 벨리곰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돼야 활용도가 커지고 수익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벨리곰이 ‘마이멜로디’, ‘쿠로미’처럼 독립된 캐릭터가 되면 웹툰‧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고 이는 모두 수익으로 연결된다. 롯데홈쇼핑의 기존 사업과 별개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역이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벨리곰 관련 상품을 출시한 지난해 3월 이후 관련해 발생한 매출 누적액은 약 50억 원에 달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년 콘텐츠 산업백서’에 따르더라도 ‘캐릭터가 있는 상품에 비용을 추가로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의견은 2020년 46.2%에서 2022년 54.3%로 꾸준히 증가했다. 거꾸로 말하면 기업이 캐릭터를 이용하면 ‘돈’을 벌 수 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벨리곰을 롯데홈쇼핑의 캐릭터가 아니라 독립된 IP(지식재산권)로 보고 기획했고 활동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벨리곰 자체 콘텐츠를 강화해서 협업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 입장에서도 벨리곰은 ‘롯데홈쇼핑의 캐릭터’이기보다 ‘MZ세대에서 인기 있는 캐릭터’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벨리곰과 지난해 겨울에 이어 두 번째로 함께 의류를 만든 이랜드 그룹 측 관계자는 “벨리곰이 롯데가 있는 잠실에서 많이 전시되고, 유통사로 보면 경쟁사는 맞다”면서도 “벨리곰이 롯데홈쇼핑 캐릭터라는 인식이 소비자에게 크지는 않다. 캐릭터 자체에 대한 선호도를 염두에 두고 협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벨리곰 케이크를 판매한 파리바게뜨 역시 “이와 같은 협업을 하면서 벨리곰을 경쟁사로 보는 관점은 없었다”며 “10~20대를 중심으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벨리곰을 케이크로 구현해보면 좋겠다는 MZ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추진됐고,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오프라인 행사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벨리곰의 성공은 다른 유통기업도 IP를 통해 수익성을 내려고 시도하도록 만들었다. 신세계백화점은 네덜란드 일러스트 작가 ‘리케 반 데어 포어스트’와 협업해 백곰을 닮은 솜뭉치 ‘푸빌라’를 선보였다.
현대백화점 역시 강아지 ‘흰디’를 선보이며 여유로운 행성 ‘웨스티’에서 태어난 흰디가 지구에서 온 젤리씨앗단(젤핑·젤뽀·젤봉) 세 친구를 만나 모험을 떠난다는 세계관을 담은 짧은 소개 애니메이션을 공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