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인플레이션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
국제수지 악화 등 우려도
12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올해 대선에 출마한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밀레이 하원의원 겸 자유주의 정당 연합 대표는 “페소화의 가치는 사하라 사막에 있는 얼음처럼 녹아내리고 있다”며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해결책으로 달러화 도입을 주장했다.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109%에 달했다.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는 지난 1년 동안 반 토막 났고, 이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치솟았다. 기준금리는 97%를 기록했다. 경제학자들은 아르헨티나가 연내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몇몇 국가들이 경제 위기 이후 최후의 수단으로 달러화를 채택한 전례가 있기는 하다. 만약 아르헨티나가 자국 화폐를 버리고 달러화를 채택한다면, 가장 규모가 큰 달러화 채택 국가가 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현재 미국 달러화를 채택한 7개국 중에서 가장 큰 에콰도르의 5배에 달한다.
밀레이의 이러한 계획이 실현되면 아르헨티나는 ‘탈달러 세력’에서 이탈하게 된다. 아르헨티나는 올해 초 브라질과 공동 통화 발행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는가 하면, 4월에는 중국산 수입품을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로 구매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밀레이의 ‘달러라이제이션(달러화를 자국 통화로 공식 채택하는 것)’ 도입 계획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통령 당선은 물론이고, 여당이 충분한 의석수를 확보해야 한다. 국민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약 1000명의 아르헨티나인을 대상으로 벌인 최근 두 번의 여론조사에서는 60% 이상이 달러화 채택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화 채택이 국제수지를 악화시키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과도한 통화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과 페소화 약세의 근본 원인이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 있다며, 정부가 이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중앙은행 관계자는 “달러화 채택은 뚱뚱한 남자에게 더 나은 식단을 처방하는 대신, 그에게 구속복을 입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