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보조금만큼 현대차 자체 할인
테슬라 가격인하, 美평균 거래가격 낮춰
현대차 "여전히 수요 존재, 재고따라 판단"
미국 자동차 시장의 평균 판매가격이 하락 중인 가운데 현대차그룹도 전기차 할인을 시작했다.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정부 보조금을 확보할 때까지 자체 할인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13일 미국 최대 자동차 포털인 켈리블루북과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미국 현지 자동차 평균 판매가격이 잇따라 하락하고 있다. 배경에는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할인이 존재한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해 하반기 미국에서 시작한 가격 인하 정책을 올해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모델Y 출고가격을 지속해서 낮췄고, 4월 기준 76%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7500달러(약 980만 원)에 달하는 세금공제 혜택을 적용한 모델Y의 4월 판매가격은 약 4만2500달러(약 5545만 원) 수준이다. 이는 전월(3월) 미국 신차 평균가격(4만7800달러)보다 약 5300달러(약 692만 원) 낮은 수준이다.
테슬라는 출범 이후 '값비싼 고급 전기차'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이제 테슬라 엔트리급 SUV 가격이 미국 전체 자동차 평균 판매가격보다 싼 셈이다.
테슬라에서 시작한 가격 인하는 전기차는 물론 내연기관 신차의 가격 인하까지 부추기고 있다. 켈리블루북(KBB)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신차 평균 거래가격(ATP)은 5개월 연속 제조업체의 권장소매가격(MSRP)을 밑돌고 있다.
이처럼 가격이 내려갔는데 할인율은 더 커졌다. KBB는 “5월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평균 인센티브 지출은 1대당 1914달러(약 245만 원)로 실제 평균거래 가격의 3.9% 수준이었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1년 전, 평균 인센티브(판매성과 보수)는 실제 거래가격의 2.5%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1.4% 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가격이 하락 중인 가운데 그동안 ‘제값 받기’를 고수했던 현대차 역시 전기차를 중심으로 가격 인하 카드를 꺼냈다.
현대차 아이오닉 5의 미국 권장소비자가격은 4만1450달러(약 54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이는 7500달러의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는 모델Y보다 비싼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는 오는 7월까지 현대캐피탈 아메리카를 통해 아이오닉 5를 장기(최대 60개월) 리스할 때 △연간 5.9% 금리 △보너스 △캐시백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원 혜택을 모두 합쳐보면 7500달러 수준으로 연방정부의 전기차 보조금과 유사한 규모다.
기아 역시 ‘기아 파이낸스’를 통해 EV6를 리스로 구매하면 연간 2.75% 금리에 최대 7500달러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대신 자체적인 할인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친환경차의 현지생산을 추진 중인 미국의 경우 재고와 현지 상황에 따라 인센티브와 할인 비율을 적절하게 조절한다”며 “경쟁사의 가격 정책에 반응하기보다 시장에 따라 적정 재고수준을 유지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