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행위로 인해 조업이 중단돼 노동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불법 행위 정도에 따라 그 책임을 개별적으로 물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 주도한 주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며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서 소송의 책임 부분과 관련해 노조원들의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는지, 고정비용 상당 손해배상책임의 발생과 범위에 관한 증명이 이뤄졌는지, 소 제기 자체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도 주요 논의 대상이었지만 대법원은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의 피고인 노조 조합원들은 2010년 11~12월 현대차 울산공장 1, 2라인을 점거해 278시간 동안 공정이 중단됐다. 현대차는 이로 인해 고정비용에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노조원 4명을 상대로 손해액 271억여 원 중 일부인 20억 원을 손해배상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현대차에 손을 들어줬다. 2심은 현대차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업중단 기간에 상응하는 고정비용 271여억 원이 발생한 점을 인정하고 책임을 50%로 제한, 원고의 청구 20억 원을 전부 인용했었다.
대법원은 이와 비슷한 사안에서 쟁의행위로 생산량이 부족하더라도 이후 일부 만회돼 매출에 타격이 없었다면 손해의 발생 추정이 유지될 수 없다는 판단도 내렸다.
이 사안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2013년 63분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3공장 공정을 점거해 공정이 중단된 사건에서 현대차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건이다. 조합원들은 쟁의행위가 끝난 뒤 연장근로 내지 휴일근로로 부족 생산량이 회복돼 예정된 판매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반론을 펼쳤다.
이 재판에서 1심은 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단을 내렸고 2심은 노조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지만 50%의 제한을 둬야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선고를 내렸다.
이전의 판례에 따르면 제조업체에 손해가 발생하면 그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했다. 생산량이 감소하면 이 손해액을 추정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새로운 판시를 내세우며 ‘생산량이 만회됐다면 손해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쟁의행위 종료 후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을 통해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범위에서는 조업중단으로 인한 매출 감소 및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