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치구가 다음 달부터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안전진단에 드는 비용을 대출방식으로 지원한다. 이번 지원으로 시와 자치구는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애초 재건축 사업 추진 의지가 많지 않은 단지들에 소액의 지원으로 사업에 속도를 기대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서울 내 자치구에서 시행되는 안전진단에 대한 비용 지원을 시행한다.
지난 3월 서울시의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가결에 따라 과반 이상 주민 동의를 받아 비용 지원을 신청할 경우 1회에 한해 구청을 통해 대출을 지원한다. 대출 금액은 이자 없이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현금으로 반환해야 한다.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이번 지원으로 초기에 막혀 있던 재건축 사업에 숨통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초기에 안전진단 비용 문제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단지가 많았다”며 “이번 지원을 통해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자체의 기대와는 달리 자치구의 안전진단비용 지원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는 서울 노원구 2136가구 규모의 A단지 경우 정밀안전진단 비용은 2억4000만 원 수준이다. 가구당 11만 원에 불과하다. 안전진단 신청 최소 동의 기준인 10%만 모금한 것으로 따져도 1인당 55만 원이다. 이처럼 적은 금액에도 주민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것은 사업 자체에 의지가 크지 않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여기에 안전진단비 무상 지원이 아닌 ‘대출’ 형태인 데다 금액도 많지 않아 사실상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에 따르면 전액 또는 일부 지원으로 안전진단 비용을 모두 대출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9일 영등포구가 재건축 안전진단 지원 계획의 추경 편성 예산을 보면 3억2000만 원에 불과하다.
안전진단 비용 지원 신청 요건인 소유주 동의율 50%가 너무 과도하다는 일부 재건축 추진위원회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이후 조합설립 인가 기준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저조한 참여율로 50% 동의도 얻기 어렵다면 안전진단을 통과해 75% 동의 기준인 조합설립인가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건축 단지의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 추진 의지가 적은 단지를 지원하기보다 기존 재건축 단지에 대한 심의를 빠르게 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초기 안전진단비용 모금이 어렵다는 것은 재건축 추진 의지가 없고 이에 따라 주민들의 협조도 얻지 못해 사실상 재건축 사업이 어려운 곳”이라며 “애초에 사업 추진이 어려운 곳에 대출을 통해 지원을 하는 것은 생색내기용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활한 재건축 사업을 위해서는 안전진단비용 대출보다는 사업 시행계획인가나 재건축 심의 절차를 신속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