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기술 평가 개선·적극 M&A 고려 등 주문
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들며 국내 의료기기 수출도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수출 확대를 위해선 규제의 변화와 함께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의료기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3% 감소한 14억8000만 달러(약 1조9551억 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안정세가 이어지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진단키트 수요가 대폭 감소한 탓이다. 특히 진단기기를 포함한 체외 진단기기 수출은 2022년 1준기보다 80.8% 줄어든 3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0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의료기기산업 및 규제 발전을 위한 의료기기 혁신 성장 포럼 2차 토론회’에서 박지훈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의료기기헬스케어PD는 “2020년 코로나를 겪으며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작년 가을부터 체외진단 과년 매출이 급감하며 감소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어떻게, 뭘 해야 하나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글로벌 시장의 1.8%(약 9조1000억 원)을 차지하며 세계 10위 수준이다. 박PD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다면 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지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의료기기산업을 수출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주도권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산 의료기기 수출 확대를 위해선 병원과 기업이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영준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교수는 “인허가 전에 국내 기기를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에비던스를 늘릴 수 있는 기회”라며 “병원에서는 최신의 기술을 쓰기보다는 환자에게 최소한의 부작용을 줄 수 있는 근거가 많은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 국내 의료기기의 에비던스를 늘린다면 수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서 교수는 개발 과정에서 의사가 참여하면 더 좋은 의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체 의료기기 기업 중 의사가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기업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라며 “정부에서 의사과학자 양성, 연구중심병원 등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의사가 진료를 보지 않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다. 또한, 의사가 기업에 사외이사로 참여해 돈 버는 걸 좋지 않게 본다. 의사 참여가 높아지면 국산 의료기기의 사용도가 훨씬 늘어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상욱 바텍이우홀딩스 전략사업부 부문장은 의료기기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이뤄져야 국산 의료기기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부문장은 “국산 의료기기의 수출을 확대하려면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로 기술개발, 인재유치, 글로벌 마케팅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몸집을 갖출 수 있도록 M&A를 적극 고려해달라”고 주문했다.
신의료기술 평가에 대한 개선도 촉구했다. 안 부문장은 “과거 논문 자료를 근거로 신의료기술으 평가하다보니 혁신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4월 보건복지부가 ‘선진입 후평가’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2025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채규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정책국장은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한 평가를 공무원과 공공기관이 맡다 보니, 국민이 새로운 혁신을 받아들일 기회가 없던 것 같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인된 제품은 빨리 시장에 도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내 의료기기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부처 칸막이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