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방향 가늠자 역할 기대
리창 총리, 개막식 연설
WTO 사무총장 등 전 세계 2000명 인사 참석
2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매년 중국에서 열리는 하계 다보스 포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방역 통제로 3년 동안 중단됐다가 4년 만에 톈진에서 개막한다. 투자자들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은 하계 다보스포럼을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의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7~29일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비롯해 전 세계 정·재계 인사와 국제기구 관계자 등 2000명이 참석해 ‘기업가 정신과 기술혁신’이란 메인 테마와 함께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대응과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후의 소비 행동 등을 논의한다.
그간 중국에서는 총리가 하계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당국의 대외 개방 방침 등 경제 정책에 대해 연설해왔다. 직전 포럼인 2019년에는 리커창 당시 총리가 증권이나 생명보험 분야에서 외국계 자본 출자 규제 철폐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올해 3월 취임한 리창 총리가 27일 개막식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리 총리가 3기째로 접어든 시진핑 정권의 개방 자세 등을 전 세계에 공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 진출한 기업에서부터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대중국 투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중 갈등과 중국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내부에서의 규제 관련 불확실성도 여전하다는 평가다. 미국을 중심으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등 대중 압박이 강화하고 있는 것도 기업들의 투자 전략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홍콩·마카오·대만 기업 포함)은 전년 대비 0.5% 줄어든 4만3704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3년 만에 첫 감소세다.
내달 중국에서 간첩 행위 범위를 대폭 확대한 ‘반(反)간첩법(방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당국은 “국가의 안전과 이익”에 관한 정보의 제공이나 수집 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자세한 설명 없이 단속이 가능해지게 된다. 이에 방첩법이 외국인이나 외국기업들의 정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간첩 행위로 잘못 해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1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철회한 뒤 경제활동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봄부터 수요가 꺾이면서 회복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중국의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에서 4.5%로 하향 조정하고 2026년에는 3%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 고위 인사가 잇달아 미국 기술 기업 수장들을 베이징에서 만나는 것이 기술 부문 개방 정책에 대한 정부 의지를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은 16일 베이징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를 만나 과학기술 혁신에서 다른 나라와 협력할 의사를 나타냈다. 이보다 앞서서는 미국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 방중해 중국 부총리, 각료 3명 등과 회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