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톡] 주목되는 ‘변리사 소송대리’

입력 2023-06-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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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란을 어미닭이 21일간 품어주면 알 속에서 병아리가 자라 껍질을 깨고 나온다. 병아리가 알 속에서 껍질을 쪼아대 껍질이 깨지기 시작하면, 어미닭도 밖에서 쪼아주면서 거들어준다. 그렇지만 매년 10억 마리의 닭을 소비하는 한국에서 ‘줄탁동시’의 추억을 가진 닭을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치킨의 닭이든 삼계탕의 닭이든 그들의 고향은 공장의 부화기이다. 수정란이 18일의 발육시기를 지나 병아리로 자라면 부화기는 온도를 낮추고 습도를 높여서 껍질을 쉽게 깰 수 있도록 어미닭의 ‘탁’을 대신한다.

껍질은 수정란을 보호하지만 병아리로 자란 뒤에는 산소의 공급을 막는 벽이 되므로, 제한된 시간 안에 깨지 못하면 병아리는 살지 못한다. 국가경제도 발전하는 과정에서 성장을 뒷받침하던 제도가 다음 단계에서는 장벽이 된다. 이 상황에서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기존 제도에 안주하려는 힘과 충돌하기 마련인데, 유례없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은 이 충돌 또한 빈번하고 치열하다. 그러다보니 가장 선진적인 제도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규범과 어긋나는 제도와 섞여 있곤 한다. 이런 어긋남은 무역장벽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제도개선 요구로 드러나기도 한다. FTA는 제도 차이를 포함한 두 나라 간 격차를 교역에서 보완해주던 관세를 낮추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연합과 FTA를 체결하면서 특허법을 비롯한 여러 제도를 개정한 한국은 현재 영국과 FTA 재협상을 진행 중이다. 영국은 유럽과 체결한 FTA 협상에서도 관철시킨 ‘특허침해에 대한 변리사 소송대리’를 검토 중이며, 이는 “영국에서 변리사의 소송 대리를 허용함에 따라 많은 중소기업의 사법 절차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는 입장을 반영한 주장이다. 영국이 한국 중소기업을 걱정해서는 아니고, 그만큼 영국의 제조업에서 중소기업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부화기의 온·습도 조절도 닭의 껍질 쪼아주기처럼 병아리를 살리려는 눈앞의 목표는 같지만, 멀리 보면 치킨요리와 모성의 발현으로 큰 차이가 난다. 한국 중소기업을 위한 어미닭의 역할은 한국 국회와 정부가 해야 한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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