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기싸움을 벌여오던 카드사-밴(VAN·부가가치통신)사가 업황 위기 극복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롯데·하나·NH농협카드)와 나이스·한국·KIS정보통신 등 밴사, 카카오페이 등은 다음달까지 모바일 결제 공통 규격 적용을 협의하고 이에 따른 이행 계획을 수립키로 했다.
카드사 별로 각각 진행하던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공통 규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간편결제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카드업계는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증가와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확대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최근 도입된 애플페이를 견제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삼성페이의 수수료 유료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카드업계의 위기는 밴사의 입장에서도 악재일 수 밖에 없다. 밴사는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카드 수수료에서 일정한 비율의 대행 비용으로 수익화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카드업계의 영향에 크게 좌우된다. 카드사가 어려워지면 비용 절감을 위해 중간 단계에서의 수수료를 줄일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밴사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최근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카드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매자 후방산업인 밴 업계의 업황도 크게 악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삼성페이 유료화 가능성에 밴사도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페이 유료화가 현실화되면 이에 맞서 삼성전자로부터 결제 인프라 사용에 따른 비용을 요구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카드사들이 밴사에 수수료를 내고, 삼성전자는 밴사가 설치한 단말기를 무료로 이용하는 구조였지만 삼성전자가 카드사에게 삼성페이 결제 수수료를 요구한다면 삼성전자도 밴사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로서는 향후 삼성전자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협상 카드’라는 후문이다.
또한, 카드사-밴사는 간편결제 시장에서도 협력하는 분위기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의 간편결제 시장 내 입지 상승으로 카드사들의 경쟁력이 뒤처지는 상황에서 동반성장 전략을 모색 중이다. 5월에는 카드업계와 밴업계가 업무협약(MOU)을 맺고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공통된 규격으로 통일하기도 했다. 모바일 QR결제를 ‘EMV QR’로 공통으로 통일해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을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밴 업계도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를 중심으로 밴사와 PG 등이 협력해 동반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매입 수수료 등의 이유로 결제시장 내 갈등 요소가 있어 아직까지는 논의 초기 단계에 있지만 공동의 위기를 앞두고 동반성장을 위해 상생하는 관계라고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