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조금 불법 사용 등 시민단체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한 전방위적 검증을 이어나가고 있는 국민의힘이 이번엔 인천 소재 시민단체들을 정조준했다. 특정 정당과 결탁된 것으로 보이는 시민단체가 지자체 주민참여예산 사업의 제안·심사·집행 전 과정에 참여해 ‘셀프심사’를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는 4일 오전 국회에서 7차 회의를 열고 민선 7기 박남춘 시장 시절 인천시에서 진행한 주민참여예산 사업의 의사결정이 특정 시민단체에 의해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태경 특위 위원장은 “정의당의 하부 조직인 인천평화복지연대가 ‘자치와 공동체’라는 시민단체를 급조해 주민참여예산 위탁사업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활동 경력 등 검증된 민간조직(NGO)이 참여하는 게 관례인데, ‘자치와 공동체’는 2018년 3월 설립돼 같은 해 10월에 위탁사업을 따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사전 결탁이 없었으면 설명이 안 된다”고 부연하면서 “‘자치와 공동체’ 이사는 6명인데 정의당 소속이 총 4명”이라며 정의당과의 연관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가 진보든, 보수든 이념을 가질 순 있지만 주요 의사결정권자가 정당 소속이라면 해당 정당의 하부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가 자신들이 제안한 사업을 ‘셀프심사’했단 지적도 나왔다. 특위에 따르면 민선 7기 당시 진행된 주민참여예산 152개 사업 중 시민단체가 수행한 사업은 22개다. 그중 10건이 ‘셀프심사’로 예산을 지원받았고, 사업 총액만 14억3000만원 수준이라는 게 특위의 설명이다.
하 위원장은 구체적 사례로 여성 권익신장 활동을 하는 ‘인천여성회’를 들며 “이 단체가 자신들의 사업을 심사할 때 심사에 빠지지 않고 위원으로 들어갔다. 인천여성회 역시 정의당 계열 여성단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승연 국민의힘 인천시당위원장도 “북한 영화제 개최를 비롯해 평화복지연대 주요 멤버들이 서해평화협력 사업을 추진해서 몇억짜리 예산을 따고 관련된 영화제도 한다”며 말을 거들었다. 그는 “그 외에도 인천에서 평화복지연대가 좌파 시민단체로 활동한 내역은 검색을 해도 나온다”며 해당 단체가 지닌 정치적 색깔을 문제 삼았다.
한편, 이날 특위 7차 회의가 한창 진행 중이던 정오 무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국가인권위원회에 하 위원장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전장연은 특위가 활동을 시작한 이래 ‘지자체 보조금 유용’ 건으로 검찰에 고발한 첫 시민단체다.
전장연은 “돈 벌기 위해 시위에 참여한다”는 하 위원장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이날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 의원은 마치 장애인이 자발적인 선택과 결정 없이 누군가의 강요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폄하했다”면서 “하 의원의 발언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괴담 선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중증장애인인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를 그저 ‘일당 동원된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존재’로 묘사했다”면서 “이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와 중증장애인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하 위원장은 지난달 7일 특위 3차 회의에서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를 조건부로 (전장연 소속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월급을 줬다는 건 확실하다”고 주장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시위에 참여한다. 참여하지 않으면 잘라버리겠다’는 내용의 전장연 단체 관계자 증언을 공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