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경방)’에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6%에서 1.4%로 낮췄다. 물가 전망치는 기존 3.5%에서 3.3%로 하향 조정했고, 취업자 증가 폭은 10만 명에서 32만 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진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다. 근래의 수출 부진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부담인지 드러난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경방 관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올해 하반기는 위기를 극복하며 한 단계 더 성장해온 한국 경제의 저력을 보여줄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했다. 변곡점은 어떤 함수의 볼록성과 오목성이 바뀌는 점을 가리킨다. 윤 대통령이 이런 용어를 선택한 것은 저성장 우려를 자아내는 성장률 추세가 곧 상승 전환할 것으로 자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정부는 3대 중점 과제로 경제활력 제고, 민생경제 안정, 경제체질 개선을 제시했다. 가장 큰 방점이 찍힌 것은 수출·투자 촉진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다. 이를 위해 역대 최대인 184조 원 규모의 무역금융이 공급된다고 한다. 조속한 ‘수출 플러스’ 전환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세부적 초점은 원전·방산·플랜트를 비롯한 12대 신수출 동력 분야의 수출 확대 지원에 맞춰진다고 한다. 정부 간 협력체계 강화를 통한 해외수주 지원이 추진되고 중소기업 등을 위한 금융지원도 확대된다. 이것 말고도 정부가 나열하는 시책은 많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이 모두 전시행정의 표본이 되지 않도록 관계부처가 신경을 쓰고 배려를 해야 한다. 국부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들이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변곡점’도 찍히고 무역수지 전환점도 맞을 수 있다.
수출 총력전에 못지않게 긴요한 국가적 과제가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무엇보다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이 중요하다. 정부는 어제 ‘경제체질 개선’ 항목에서 3대 개혁 과제를 언급했다. 하지만 미사여구에 그친 감이 없지 않다. 국가적으로 하루빨리 처리해야 할 근로 유연성 문제를 해결할 복안조차 내놓지 못했다. 임금체계 개편 과제에 대해서도 상생임금위원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4분기에 마련될 것이란 원론적 답변이나 내놓는 데 그쳤다. 상생임금위가 공전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안팎으로 어려운 여건과 싸우는 중견·중소 기업인들은 속이 타들어 갈 것이다.
교육·연금 개혁 문제도 다 마찬가지다. 정부는 어제 청사진을 매우 폭넓게 펼쳐 보이면서도 정작 국운을 좌우할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이 공감할 수준의 실행안을 내놓지 못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박 씨를 물어다 주길 기다리자는 것인가. 희소자원을 총동원해 필사적으로 수출 진흥을 도모한다 해도 국가 기반이 허약하면 사상누각에 그치기 십상이다. 당장의 실적도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한국 경제 돌파구를 열려면 3대 개혁에 더 힘을 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