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보조금 받아 반도체 생산기지 확충 속도
마이크론, 일본에 첨단 반도체 양산 체제 구축 계획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일본 규슈에 두 번째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보조금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TSMC는 이미 규슈에 첫 번째 공장을 짓고 있다. 70억 달러(약 9조 원)를 투입해 2021년 착공한 신공장은 9월 준공해 내년 12·16나노미터(㎚·1㎚은 10억 분의 1m) 반도체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엔 일본 정부와 함께 TSMC 반도체를 사용하게 될 소니그룹과 덴소도 자금을 댔다. 정부는 TSMC 투자금의 절반가량인 4760억 엔(약 4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TSMC는 규슈 공장을 통해 미국에서 생산 중인 최첨단 반도체 대신 구형 반도체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많은 고객사가 이전 세대 모델이 부족하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5월 미국 마이크론은 일본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해 차세대 반도체 양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향후 몇 년에 걸쳐 최대 37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도 일본 정부의 보조금(2000억 엔)이 투입된다.
삼성전자도 일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재팬타임스는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이 5월 열렸던 기시다 후미오 총리 간담회에서 반도체 연구·개발(R&D) 시설을 짓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올해 요코하마에 반도체 연구 조직인 디바이스솔루션리서치재팬(DSRJ)을 출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 사이에 낀 우리 업계로선 일본과의 협력이 대안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한일 정상이 셔틀 외교를 복원하는 등 관계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지난딜 일본 정부가 4년 만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복귀시켰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수출입 절차가 간소화해 반도체 공급망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팬타임스는 “미국이 첨단 반도체 개발 경쟁에서 중국을 배제하려 하자 중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둔 한국 기업들이 십자포화에 휩싸였다”며 “중국 사업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