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나스닥 꿈꿨는데…현실은 코스피 ‘발판’
코스닥 위축 우려…“도약 필요한 기업 자금길 막을 것”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기업은 2곳으로 집계됐다. SK오션플랜트가 4월, 비에이치가 6월 코스피 시장으로 옮겨갔다. 상반기에만 2곳을 기록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동한 기업이 11월 LX세미콘 한 곳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2012년~2015년, 2020년에는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한 경우가 없다.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코스피로 자리를 옮긴 코스닥 기업은 총 50개다.
코스피로 자리를 옮길 조짐을 보이는 우량기업도 많아 코스닥 시장 위축 우려는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포스코DX, 셀트리온제약, 오스템임플란트, NICE평가정보 등이 코스닥 이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 시장에서 해당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각각 3위, 6위, 9위, 10위, 115위다. NICE평가정보를 제외한 4곳은 시총 10위권 안쪽의 초우량 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을 이끄는 대표 상장사다. 이외 업계에선 코스닥 시장 시총 2위를 기록 중인 에코프로도 이전상장설이 돌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의 코스피 이전 관행이 코스닥 경쟁력을 약화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알짜기업을 코스피로 빼앗기면서 코스닥 시장이 저평가돼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앞서 2008년에는 네이버와 LG유플러스, 2017년에는 카카오, 2018년에는 셀트리온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바 있다. 당시 이들 기업은 코스닥 시장에서 시총 1·2위를 다투던 우량 기업이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초 미국 나스닥 상장사는 나스닥 시장을 다른 시장으로 이동하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며 “코스닥이 코스피 시장으로 가는 사다리 역할로 전락하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창구인 코스닥이 위축돼 도약이 필요한 기업 성장을 막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코스닥은 미국의 나스닥 시장을 본떠 만들었지만, 상황이 사뭇 다르다. 나스닥에는 세계 최초로 시총 3조 달러를 넘긴 애플이 상장돼 있다. 테슬라와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대형 우량주도 다수 포진한다. 팬데믹 이후 기술주 수혜와 더불어 우량 기업들이 잔류함으로써 나스닥은 올해에만 36%가량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