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재판장 강재철 부장판사)는 19일 김 모 씨 등 68명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주장에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결정해 부과하는 제도로 1974년도에 도입됐다. 누진 구간을 12단계, 9단계, 6단계 등으로 여러 차례 조정하며 2016년 3단계 체제가 됐다.
하지만 '전기요금 폭탄' 등 논란과 함께 산업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김 씨 등은 2015년 한전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무효라며 기존에 납부한 전기요금 일부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는 한전의 전기요금 약관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공정성을 잃은 만큼 무효라는 취지다.
그러나 2019년 7월 1심 재판부는 "전력 공급의 특수성과 정책적 필요성, 누진제를 도입한 외국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약관에서 정한 원가는 정당하다"고 봤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 역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소비자들이 한전을 상대로 낸 누진제 소송은 2017년 6월 인천지법에서 일부 승소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사건은 전부 패소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3월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은 "누진제는 전기사용자 간에 부담의 형평이 유지되는 가운데 전기의 합리적 배분을 위해 도입됐다"며 "책정된 누진별 구간요금이 구 전기사업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정도로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제한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누진제가 가장 적합한 요금방식이라고 보기에 미흡한 점이 있지만, 원고들이 제기하는 사정만으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정된 필수공공재'인 전기의 절약 유도와 적절한 자원 배분 등 사회 정책적 목적상 누진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다만 대법은 "정책에 따라서는 시간대별·계절별 차등요금제 등 다양한 방식의 전기요금제가 누진요금제와 함께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