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해 국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벤처기업법의 유효기간을 삭제해 벤처·스타트업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육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벤처·스타트업 활성화 입법과 정책과제’ 대토론회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돕는 비영리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최항집 센터장은 “한시법인 벤처기업법의 일몰기간 도래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벤처기업법’(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벤처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벤처생태계를 고도화하기 위해 정부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한시법(유효기간이 있는 법률)으로 만들어져 10년마다 일몰기간이 도래하는 상황이다.
최 센터장은 “사실 우리 혁신 생태계가 이렇게 클 수 있었던 건 1997년도에 제정된 벤처기업법 덕분이다. 이 법 덕분에 수많은 벤처·스타트업들이 탄생할 수 있었고 대기업이 된 케이스도 있다”면서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 벤처기업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한시법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10년에 한 번씩 일몰기간이 도래했고, 매번 일몰 연장을 거쳤다. 2027년엔 다시 일몰 시점애 도래한다”면서 “제정 당시와 다르게 이제는 벤처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벤처·스타트업은 혁신을 위한 방법론이자 새로운 기업의 형태에 해당한다. 벤처기업법의 상시화를 통해 안정적인 정책 운영이 돼야 한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아울러 벤처캐피탈(VC)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처캐피탈은 혁신적 기술력과 장래성은 있지만 경영 기반이 약해 일반 금융기관으로부터 융자를 받기 어려운 벤처기업에 무담보 주식투자 형태로 투자하는 기업을 말한다.
국내 벤처캐피탈은 창업투자회사와 신기술금융회사가 양대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두 업종이 각기 다른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 현장에서는 혼란과 차별이 발생한다는 게 벤처·스타트업계의 주장이다.
설립 근거도 창업투자회사는 ‘벤처투자촉진법’에, 신기술사업금융회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명시돼 있다. 그렇다보니 창업투자회사의 경우 3년 이내에 총자산의 40%를 벤처기업 등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반면, 신기술사업금융회사는 의무 투자 조건이 없다.
사실상 두 회사의 역할이 같은 만큼, 이원화된 제도를 단순화해 투자기관이나 스타트업에 불필요한 혼란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 센터장은 “스타트업은 기존 금융을 활용하는 데 있어 제약이 많아서 벤처 투자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에 의한 기술 혁신을 촉구하려면 벤처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현재 벤처캐피탈은 이원화돼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똑같은 역할을 하는 벤처캐피탈이 이원화돼 있다 보니 서로 다른 기준에 대응을 하기 위해 시간과 자원을 소요해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는 동일한 역할을 하는 두 벤처캐피탈을 같은 제도 하에 놓는 게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측도 벤처기업법 상시화에 공감하며 법 개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박용순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정책관은 “고용과 경제 혁신 유도 측면에서 벤처기업법의 상시화는 꼭 필요하다고 저희 부처에서도 판단하고 있다. 두 번의 대책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할 정도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벤처기업 특례법에 따른 특혜를 받기 위해선 연구개발(R&D) 투자가 일정 비율 이상이어야 하고 벤처투자를 받아야 한다. 또 혁신성까지 인정받아야 한다”면서 “기업들이 이러한 요건을 맞추려고 자발적으로 혁신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법 적용의 긍정적 효과를 언급했다.
박 정책관은 “대기업과 비교해서 벤처기업 3만여 개가 고용하고 있는 고용인원이 더 많다”면서 “고용과 경제 혁신 유도 측면에서 보면 벤처기업법의 상시화는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벤처캐피탈 일원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의지를 드러냈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저희도 창업투자회사와 신기술사업금융회사 간의 규제 일관성을 가져가는 게 필요한지 중기부와 함께 고민하고 있다”면서 “신기술사업금융회사 제도 개선도 저희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혁신에 의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신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장기투자를 통해 안정적 수입을 얻고, 정보 왜곡 등으로 투자자가 ‘사기를 당했다’고 느끼지 않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벤처투자의 신뢰성을 어떻게 높일 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