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우주항공청 발목 잡겠다는 의도" 野 "용산 대통령실 눈치만 봐"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우주항공청' 출범이 여야간 힘겨루기로 논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안에는 출범 시점이 법안 공포 후 6개월로 명시돼 있어 7월 중 법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연내 출범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이 계류돼 있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여야의 대립으로 두 달째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
'한국판 나사(NASA)'를 표방하고 있는 우주항공청(KASA)은 우주항공 분야 정책·연구개발·산업육성 등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다만, 우주항공청 설치를 위해선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 앞서 정부가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는 우수 전문가 채용을 위한 파격적 보수체계, 연구개발·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직 유연화 특례,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격상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우주항공청 설립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만큼 여당인 국민의힘은 입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5일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 대회'에 참석해 "우주항공청에 대한 설치법이 야당의 비협조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하루속히 법안이 통과돼 연내에 우주항공청이 설립되기를 바란다"고 직접 우주항공청법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우주항공청의 조직 구성과 기능, 입지 등을 놓고 야당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우주항공청의 입지는 윤 대통령의 공약에 맞춰 현재 경남 사천에 설치되는 안이 유력하지만, 입지와 관련한 내용이 특별법에 담기지 않아 아직 공식으로 결정되지는 않았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대안으로 우주항공청이 아닌 국가우주위원회 산하에 '우주전략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우주개발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아울러 야당은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동관 대외협력특보 지명과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 등에 대한 현안에 대한 질의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조승래 의원을 비롯한 야당 과방위원들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요구한 현안질의 안건은 공영방송 수신료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이라고 밝혔다. 과방위는 지난 5월 말 장제원 과방위원장이 임명된 이후 단 한 차례도 전체회의를 열지 못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우주항공청 관련 예산, 조직, 인력 구성 등 법안 통과 이후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며 회의 개최를 막아섰다"며 "이동관 대통령실 특보를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하지 않으면 파행을 해결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 등은 "여당의 마지막 요구는 '우주항공청 관련 법에 대해 이른 시일 내 결론을 낸다'는 단서 조항 하나 붙이자는 것이었다"면서 "이에 민주당은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거부하는 방송법 개정안의 소위 회부를 문서화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나 양보하면 또 하나를 요구하는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발목 잡겠다는 의도가 자명해 보인다"며 "우주항공청을 비롯한 과방위에 산적한 법안, 현안질의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윤 정부와 과방위 정상화의 발목 잡기에만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조건을 내세워 상임위를 파행으로 몰고 간 것은 국민의힘이고, 민주당이 조건을 내세웠다는 주장은 곡학아세"라며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이달 내 의결하지 않으면 상임위를 열지 않겠다는 억지 주장을 한 것은 국민의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입으로 국민을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용산 대통령실 눈치만 보고 있다"며 "국민의힘의 생떼 때문에 우주개발 전담 기구 설립이 더 늦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가 제출한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는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법을 시행하도록 명시돼있어 연내 출범을 위해서는 이달 내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다만, 방통위원장과 KBS 수신료 등 현안을 놓고 여야가 여전히 대립을 이어가고 있고, 야당에서 발의한 대안도 제출돼 있어 이달 내 처리는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