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측, 사과문 외 추가 반성 모습 보여야
26일 윤리위 회의...홍준표 소명 후 징계 논의
‘폭우 골프’ 논란으로 논란을 빚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20일 국민의힘 윤리위가 자신에 대한 징계절차를 개시하자 SNS에 ‘과하지욕(跨下之辱)’이라는 고사성어로 심경을 드러냈다. 과하지욕은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홍 시장은 8시간 만에 해당 글을 삭제했다.
윤리위가 홍 시장이 폭우 속 골프를 친 사실과 함께 언론 인터뷰와 페이스북 글로 품위유지를 위반한 것이 해당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모든 국민이 수해로 안타까워하고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 집권당 소속 광역단체장은 응당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며 “만약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 공감 능력 부족을 드러낸다면 이는 바로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해당 행위”라고 말했다.
폭우 골프 논란이 발생한 뒤 홍 시장은 17일 자신의 SNS에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치면 안된다는 그런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냐”며 “그걸 두고 트집 잡아본들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라는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 같은 날 기자들을 만나 “부적절하지 않았다”며 “쓸데없이 트집 하나 잡았다고 벌떼처럼 덤빈다”고 쏘아붙였다.
홍 시장은 윤리위 회의를 앞두고 자신의 SNS 게시글 두 건을 돌연 자진 삭제했다. 하지만 윤리위 측은 “(홍 시장이) 사과문을 쓴 것에 그치지 않고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수해현장에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거나 수재민들을 위로하는 등을 언급하며 반성하는 모습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정당 바로 세우기(정바시) 대표 신인규 변호사는 “급작스러운 사과는 홍 시장의 진정성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또 다른 정치적 술수가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며 홍 시장의 태도를 지적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21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시장에 대한 당원권 정지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며 “발언권 정지면 몰라도. 아마 (발언권 정지면) 큰 제재가 될 텐데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리위의 입장은 홍 시장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게 아니라 머리를 조아리라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그간 당 지도부를 향해 ‘비대위’ 등 쓴소리를 했던 홍 시장이 “미운털이 박혔다”는 시각에서다. 홍 시장은 김기현 대표와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였고,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된 바 있다. 당 일각에서는 오는 26일 윤리위 회의에서 홍 시장의 소명을 들은 뒤 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홍 시장이 봉사활동 등을 할 시간적 여유를 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리위 결정에 대한 홍 시장의 반감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일 오후 자신의 소통 채널인 ‘청년의 꿈’에 올라온 지지자들의 글에 “임기 아직 3년 남았습니다”, “원래 우리 당이 그래요”, “담담하게 대처합니다”, “여태 겪은 일에 비하면 별거 아닙니다” 등의 답글을 남겼다.
한편, 윤리위는 오는 26일 회의에서 홍 시장의 소명을 들은 뒤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