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로톡’ 갈등에 리걸테크 후퇴할 때…글로벌 투자액 15조 육박

입력 2023-07-24 16:01수정 2023-07-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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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의 운영사 로앤컴퍼니의 모습. (연합뉴스)

국내 리걸테크(법률과 기술이 결합한 서비스) 산업이 업역 갈등에 가로막혀 사실상 고사 상태에 놓인 가운데 해외 리걸테크 업계 투자 규모는 15조 원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전 세계 리걸테크 기업 수는 7200개를 넘어섰고, 유니콘 기업 수는 9개, 상장 리걸테크 기업은 20개에 육박한다.

반면 국내 리걸테크 기업 수는 30여 개에 그치고 있다. 국내 리걸테크 대표 격인 로앤컴퍼니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유일하게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된 뒤 성장세가 막혀 있다.

24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랙슨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 세계 리걸테크 기업은 726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콘 기업 수는 9개, 총 투자 규모는 115억 달러(14조7700억 원)다. 상장기업 수는 17개에 달한다. 국내 리걸테크 업계는 누락된 일본 ‘벤고시닷컴’과 미국 ‘피스컬노트’를 더해 전세계 상장 리걸테크 기업을 모두 19개 사로 파악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의 리걸테크 기업 수는 2854개에 달한다. 인도 696개, 영국 496개, 캐나다 337개사, 호주 271개다.

▲엄보운 로앤컴퍼니 이사가 20일 오후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가입 징계 변호사 이의신청 관련 심의가 열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중개형 플랫폼’만 규제…미국 ‘합법적인 서비스’ 인정

미국의 경우 전 세계 리걸테크 톱 8개 기업 중 7개 사를 차지할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 과정에 진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변호사 마켓플레이스이자 법률 문서 자동 완성 사업자인 리걸줌은 2008년부터 8년 동안 노스캐롤라이나주 변호사협회와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협회가 리걸줌의 서비스를 ‘법률행위’가 아닌 ‘합법적인 서비스’임을 인정하면서 갈등은 봉합됐고, 리걸줌은 10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나스닥 시장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리걸줌의 매출 규모는 2021년 기준 5억7500만 달러에 달한다. 누적 투자 규모는 8억1100만 달러 수준이다. 한화로 1조410억 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리걸테크 서비스 벤고시닷컴은 변호사 프로필, 변호사 검색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2015년 상장해 현재 몸값이 3조 원에 육박한다. 벤고시닷컴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인변호사연합회가 ‘중개형 플랫폼’은 규제하면서 ‘광고형 플랫폼’은 허용해서다.

중개형 플랫폼은 변호사와 의뢰인이 플랫폼을 통해 계약하면 수수료를 얻는 방식을 말한다. 반면 광고형 플랫폼은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통해 광고료만 취득한다. 벤고시닷컴은 광고형 플랫폼에 속한다. 알선은 위법으로 규정하지만 단순 광고는 허용한 협회의 지침을 지키면서 갈등 없이 사업을 유지 중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인터넷 법률 플랫폼과 관련해 변호사법 같은 관련 법률과 변호사협회 내부 윤리규정의 충돌문제가 제기됐다”면서 “다만 변호사 인터넷 광고 자체를 금지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법률 플랫폼 서비스가 잠재적 의뢰인과 변호사에 관한 알선·주선 등의 대가로 해석되지 않는 한 이를 허용한다는 설명이다. 로앤컴퍼니의 로톡 서비스도 벤고시닷컴과 같은 광고형 플랫폼에 속한다.

독일 역시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를 중개하거나 변호사가 아닌 일반인이 변호사를 중개하는 행위를 금지하지만 인터넷 플랫폼에서 변호사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고정금액을 지급받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

국내 리걸테크 업계는 전세계적으로 빅테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법률 서비스와 빠르게 결합하고, 각국이 성장세에 맞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해외 리걸테크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리걸테크 기업 수는 30여 개에 그친다. 국내 리걸테크 대표 격인 로앤컴퍼니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유일하게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됐다.

국내 리걸테크 산업은 10년 가까이 소모적인 싸움에 매달리며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로앤컴퍼니가 2014년 로톡 서비스를 가동한 뒤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9년 가까이 갈등을 겪었고, 변협은 자체 규정에 따라 올해 2월까지 5개월간 변호사 123명을 징계했다. 특히 지난주 법무부가 로톡 변호사들에 대한 변협의 무더기 징계가 정당했는지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리걸테크 산업의 씨가 마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2021년 3월 4000명에 육박했던 로톡 변호사 회원 수는 현재 2200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업계에선 국내 리걸테크 시장의 초창기를 개척한 로앤컴퍼니의 사태로 인해 리걸테크 전체 산업의 연구개발(R&D) 역시 멈춰섰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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