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지도했지만…교사에 대한 학부모들 고소ㆍ고발 이어져
교권 침해는 다른 학생들 '학습권 침해'…학부모 공감 얻어야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여성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교권 보호 방안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교육계ㆍ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학생들이 교사들을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교권 침해 의혹으로 임용된 지 2년도 되지 않은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학생인권조례 개정 등 교권 추락에 대한 제도적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란 헌법 제31조, 교육기본법 제12조 및 제13조, 초·중등교육법 제18조 등에 근거해 교육 과정에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가령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제3조에 따르면, 학생들의 인권은 모든 학교생활에서 최우선으로 그리고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체벌 금지와 두발·복장 규제 금지 등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010년 10월 경기도에서 처음 제정됐다. 이후 서울, 광주, 전북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 조항 때문에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에 대한 차별로 인식되고 다양한 수업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또 사생활 자유를 지나치게 주장하니 적극적 생활지도가 어려워지고 교사 폭행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경기교사노조가 전국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 고소·고발돼 수사받은 사례가 1252건에 달하고 이 중 절반 이상(53.9%)은 기소되지 않고 종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아동학대 신고 불기소율(2021년 기준)이 14.9%인 점을 고려하면 교사를 상대로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교사의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 커지고 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교사노동조합연맹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현장에는 정당한 교육활동을 민원으로 신고하고 정서적 학대로 고소 및 고발하는 사안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재 국회에는 수백 건의 법안이 계류되어 있어 (교원지위법 개정안 등) 중요한 법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며 "여·야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한 만큼 하루속히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더 이상의 비극을 막아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국회에는 교권 보호와 관련된 법안이 총 8건(교원지위법 개정안 5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2건, 아동학대처벌법 1건)이 발의돼 있지만, 상임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교권 침해 중심 시각에서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시선을 바꾸면 여러 학부모의 공감을 불러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특정 학생이 반복적으로 교사의 수업을 방해하는 등 교실 분위기를 흐리면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는 교권을 침해한 학생이 다른 학생들의 건전한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라 아동학대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취지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위원은 "교사가 의도적으로 하는 아동학대는 막아야 한다"라면서도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교사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 다른 아동의 학습권을 방해하는 행동을 지적해도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승 위원은 "이런 행동은 교권 침해를 넘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교육을 받을 권리도 침해하기 때문에 초·중등교육법에 생활지도의 요건과 범위를 명확하게 해서 법령상 위법성 조각 사유를 두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승 위원은 "여전히 법정에서 다툼의 소지가 있으므로 교사의 아동 학대도 막고, 학생의 반복적인 교권 침해와 다른 학생의 학습권 침해를 막기 위해 논란의 소지는 있겠지만, 어린이집 등과 같이 교실에 CCTV 설치도 고려할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