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더 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지 마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윤리위)는 26일 ‘수해 골프’로 논란을 빚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당원권 정지 10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홍 시장은 “더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나는 아직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본인(홍 시장)이 사과하고 수해복구에 참여했지만, 행위 시기와 경위, 사정을 비춰보면 당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일반의 윤리 감정과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라 윤리위 규정 및 윤리규칙을 엄정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홍 시장은 △2023년 7월 15일 수해 중 골프 행위 관련 당 윤리규칙 제22조 제2항(사행행위·유흥·골프 등의 제한) 위반 △2023년 7월 17, 18일 언론 인터뷰 및 페이스북 글 게시 관련 당 윤리규칙 제4조 제1항(품위유지) 위반으로 윤리위에 회부됐다.
황 위원장은 또 “홍준표 시장은 당 대표와 대통령 후보를 지내는 등 국민의힘의 중요 정치 지도자로서 더 엄격한 윤리기준 지켜야 한다”며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도 당내 유력한 후보로 국민들은 그의 언행과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개인뿐 아니라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평가를 함께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리위가 다른 정당과 다르게 윤리적 측면에서 엄정하고 신속 조치를 한 것은 정당이든, 정치인이든 민심을 못 얻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수해 중 골프가 논란이 되자 “주말에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어디 있나”, “쓸데없이 트집 잡는다”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당 윤리규칙을 어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제명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19일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사과했다.
사과 후에도 윤리위는 20일 홍 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그러자 홍 시장은 자신의 SNS에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이라는 뜻의 고사성어 ‘과하지욕(跨下之辱)’을 올려 심경을 드러냈다. 하지만 윤리위 측이 “(홍 시장이) 사과문을 쓴 것에 그치지 않고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라고 밝히면서 중징계를 예고하자 홍 시장은 8시간 만에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이후 사흘 일정으로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향2리에서 대구시 소속 공무원들과 수해복구 봉사활동을 했다. 윤리위도 제반 사정을 반영해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이날 오후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한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더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한다. 더이상 갈등이 증폭되고 재생산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나는 아직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고 밝혔다.
당원권이 정지됐지만, 홍 시장의 대구시장 직무수행에는 큰 영향이 없다. 다음 대선까지는 3년 7개월의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간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해왔던 홍 시장인 만큼 당과 관련한 정치적 활동에는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