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인근에서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피의자 조선(33)이 구속되면서 '사형 제도'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부상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신림역 칼부림 사건' 등 강력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형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사형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한 야당 의원의 질의에 "사형제는 외교적 문제에서도 굉장히 강력하다"며 "사형을 집행하면 유럽연합(EU)과의 외교관계가 심각하게 단절될 수도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현재 사형 제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사형제의 위헌 여부 결정이 얼마 남지 않았고, 우리 사회는 결정 이후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때 유력하게 검토될 수 있는 의미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괴물의 경우 영원히 격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사형은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해 그 사람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제거하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형벌이다. 그러나 18세기 서구 계몽주의 사상이 '인간의 존엄성'을 전파하면서 사형은 점차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사형 집행은 김영삼 정부 임기 후반이었던 1997년 12월 이후로 없다. 대법원에서 사형을 확정받은 사례는 2016년 'GOP 총기 난동 사건'으로 5명을 살해한 임모 병장이 마지막이다.
사형을 반대하는 측은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국가가 개인의 생명권을 박탈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사형' 역시 '살인'과 동일하다는 취지다. 또 사형 존치로 인한 범죄 예방 효과의 객관적 지표와 근거가 부족하고, 오판 가능성도 제기한다.
반면에 찬성하는 측은 생명권이 아무리 귀하더라도 법률로서 유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타인의 생명을 잔혹한 방법으로 해하는 등 인륜에 반하고, 공공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범죄자에게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공익적 목적도 강조한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사형 확정자는 총 59명이다. 이 중 최장기간 수용자는 1993년 11월 건조물방화치사죄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원모 씨다. 그는 올해 11월 사형 집행 시효가 완성된다.
형의 시효란 재판으로 형이 확정된 후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가의 형 집행권이 소멸하는 걸 뜻한다. 현행법은 사형을 선고하는 재판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지 않고 30년이 지나면 형의 시효가 완성돼 집행이 면제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국회는 18일 본회의를 열고 사형 집행 시효를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에 따라 사형 집행 시효 30년이 폐지되면서 원 씨를 계속 구금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