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조치로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25.4%↓
내달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 결정
정부가 내달 종료하는 유류세 인하 조치에 대한 고심이 깊다. 세수 감소와 에너지 가격 부담 완화 등은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의 근거가 되지만 최근 국제 유가 상승이 부담이다.
30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달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발표한다.
현재 유류세는 탄력세율 조정 등을 통해 휘발유는 25%, 경유·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37% 각각 인하한 상태다. 조치는 다음 달까지 예정돼 늦어도 내달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어려운 세수 여건은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의 이유로 꼽힌다. 5월까지 국세 수입은 160조2000억 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조4000억 원 줄었다.5월 이후 연말까지 작년과 같은 수준의 세금을 걷는다고 해도 올해 세수는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보다 41조 원 부족하다. ‘세수 펑크’가 예고된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은 재정의 부담이다.
5월까지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은 4조40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시기보다 6000억 원 적다. 세수 진도율은 39.8%로 지난 5년 평균(42.5%)에 못 미친다.
반면 최근 국제 유가 상승 상황은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를 주저하게 만든다. 28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0.58달러에 마감해, 4월 18일(80.86달러) 이후 3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도 3개월 만에 84달러를 넘어섰다.
경기 연착륙 기대,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 등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이 결정된 4월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
국제 유가 상승에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상승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7월 넷째 주(23∼27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L당 1599.3원, 경유 판매 가격은 1411.8원으로 3주 연속 상승했다. 정부는 어려운 세수 여건에 더해 국제 유가 상승세에 따른 물가 부담까지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에너지 물가 부담은 유류세 추가 인하가 결정된 1년 전에 비해 낮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25.4% 하락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5년 이후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경유(-32.5%), 휘발유(-23.8%), 자동차용 LPG(-15.3%)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가격 수준으로 봐도 지난해 리터당 2000원을 넘었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1500원, 1400원 수준으로 각각 내려왔다.
정부는 2021년 11월 유류세를 20%, 작년 5월 30%, 같은 해 7월 37%까지 각각 인하한 뒤 올해부터 휘발유에 대해서는 인하 폭을 25%로 축소했다. 4월엔 세율 조정 없이 인하 조치를 4개월 더 연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유가 수준과 전망,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됐을 때의 소비자 부담 등을 두루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