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사 직전에 놓인 온투업계
상승하는 연체율에 대출 문 잠그고
중ㆍ저신용자 대출 창구 기능 못해
업계 "하반기 최대 10곳 문 닫을 것"
"금융기관 연계투자로 숨통 터줘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금융ㆍ온투업)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대출 규모로 온투업 상위권에 속하는 기업은 물론 등록 기업 대부분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돈 빌리기 어려운 중ㆍ저신용자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설립 취지와 달리 부동산 담보대출에 대출 잔액 대부분이 쏠린 결과다. 연체율 악화와 신규 대출 중단 업체가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영세한 업체를 중심으로 폐업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에 따라 등록된 온투업체 52개사 중 대출잔액 기준 상위 5개 사(피플펀드ㆍ투게더펀딩ㆍ8퍼센트ㆍ프로핏ㆍ어니스트펀드)의 지난달 말 기준 연체율은 6.61~28.63%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1월 말 3.25~14.91%보다 2배나 뛴 수치다. 특히 투게더펀딩과 어니스트펀드의 연체율은 각각 28.63%, 14.44%에 달했다. 온투업 감독 규정에 따르면 온투업체는 연체율이 15%를 초과할 경우 관련 사실을 공시해야 하기에 업계에서는 15%를 마지노선으로 여긴다.
문을 닫거나 신규 대출 문을 걸어잠그는 곳도 나왔다. 대학생 신용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캠퍼스펀드는 지난달 5일 최고금리 인하 등의 규제로 인해 신규 대출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6월 말 공공기관 매출채권 전문 플랫폼인 비드펀딩은 아예 영업을 종료했다. 공공기관 발주 사업을 계약한 건설업체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공급해온 까닭에 부동산 시장 위축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부동산 담보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그래프펀딩도 부동산 경기 침체 등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말 이후 신규투자자 모집과 대출상품 개시를 중단했다.
온투업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자금이 필요한 이들에게 대출해주고 원금과 이자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금융서비스다. 금리는 연 10~15% 수준으로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보다는 높고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보다는 낮아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중금리 대출창구’로 불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온투사들은 부동산을 담보로 하거나 가격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을 취급했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연체율은 높아졌고 결국 경영 위기까지 초래했다.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을 낮추는 당초 역할은커녕 당장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온투협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업권의 전체적인 연체율이 오르다 보니 온투업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약화된 영향”이라며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신규 대출 취급은 안 되는데 비용은 계속 발생하니 버틸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이 폐업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폐업을 결정하는 회사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10곳 정도가 폐업 결정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높아진 연체율 때문에 부동산 대출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없어 기관투자가 가능해져야 개인신용대출을 늘릴 수 있다”라면서 “기관투자 연계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간이 지체될수록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힘들 수밖에 없고, 특히 부동산·건설 부문의 대출상품을 많이 취급하는 회사들이 하반기까지 버틸 체력이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