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후 국내 증시에서는 박 씨처럼 ‘포모 증후군’을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주식 종목 토론방에서는 “난 항상 뒷북인지 모르겠다” “진입 시점을 보는 동안 주가가 다 올라서 우울하다”라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개미들은 증시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빚투(빚을 낸 투자)도 다시 늘었다.
이차전지 쏠림으로 극심한 변동성도 보였다. 전문가들은 ‘포모’에 따른 매수 및 회피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차전지주, 상승률 1·4·7·9위 차지 =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금양으로 집계됐다. 한 달간 199.62% 급등했다. 이차전지 신규 설비 시설을 구축한다는 소식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 전종목 상승률을 보면 4위와 7위도 각각 LS네트웍스(142.60%)와 포스코DX(127.87%)로 이차전지 관련주다. 9위는 포스코인터내셔널로 월초 3만9850원에서 이날 9만100원으로 126.10% 급등했다. 이들 기업은 이차전지 소재 사업 확대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이차전지 테마로 묶인다.
차익실현 물량으로 에코그룹주는 순위가 뒤로 밀렸다. 에코프로비엠은 68.27%로 24위, 에코프로는 60.08%로 29위였다.
이차전지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증시는 급등락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과거 국내 증시의 전체 거래대금에서 수급쏠림 현상을 겪는 업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30% 전후 수준에서 최고점을 형성했으나, 이차전지의 경우 40%대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차전지 종목들의 주가 급등으로 차익실현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 26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조5000억 원이 순유출됐다.
거래대금도 사상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평균 거래대금은 27조22억 원으로 6월(19조1270억 원) 대비 약 41% 증가했다.
◇개미들 이차전지 몰린다 =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한 달 새 4조 원 가량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7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8조1990억 원을 기록했다. 28일 유가증권시장 빚투 규모는 10조1179억 원까지 늘었다. 이틀 연속 10조 원대이다.
증권가에서는 이차전지가 이끄는 급등세에 대해 우려하는 조언이 주를 이룬다.한국거래소의 시장경보제도에 따르면 최근 투자주의 및 투자경고 종목은 늘고 있다. 특히 금양과 포스코DX는 신용사용이 불가한 투자경고 종목으로 분류됐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테마의 주가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는 “시장 흐름이 이차전지 테마와 반대로 간다면 상당한 손실을 일으킬 수 있는 불안 요소”라며 “주가를 받쳐줄 매수세가 없다면 굉장히 불안한 흐름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과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굳이 투자경보가 뜬 종목을 지켜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