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ㆍ온투사 "가이드라인 있어야 투자 가능"
금융당국 "대출심사ㆍ채권추심 과정 리스크 커"
"치솟는 연체율도 규제 완화 걸림돌 중 하나"
국회 관심사에서도 멀어져 하반기 전망 '암울'
1금융권과 2금융권의 중간인 '1.5금융'을 표방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ㆍ온투업)이 제도권에 들어온 이후에도 표류하고 있는 것은 금융기관들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해서다. 기관들이 온투업체에 투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부동산에 치중된 온투업계의 리스크와 부실 대출을 문제 삼아 당국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동안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온투업계 활성화에 관심을 보였던 국회의 관심사에서도 멀어지면서 하반기 업계 전망도 암울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제5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온투업 관련 소비자 편익 제고 등을 위해 법령 개정, 유권해석, 가이드라인 마련 등 규제 개선 조치를 신속히 추진해 영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3월에 금융기관 연계투자가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도 내놨다. 하지만 금융규제혁신회의 후 8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규제 완화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기관투자는 온투업계 영업 활성화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개인투자자의 투자 한도가 4000만 원으로 확대됐지만, 개인투자 한도 확대만으로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금융기관들이 투자자로 뛰어들기 시작하면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업계 전체 투자 규모가 커지는 선순환이 시작된다는 점도 온투업자들이 “기관투자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기관투자 가이드라인은 대출 심사와 채권 추심 과정 전반에서 금융기관이 지켜야 할 지침을 의미한다. 예컨대 대출이 나간 후 금융기관에서 쌓아야 하는 충당금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저축은행의 경우,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에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대출채권의 종류와 적립 수준 등이 명시돼 있다.
한 중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온투업은 구체적인 기관투자 방법을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투자 과정에서 규정 위반 사항은 없을지 금융당국에 관련 질의를 해뒀다"라며 "투자할 의향은 있지만, 불명확한 부분이 많아 당국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온투사들은 온투협회를 주축으로 금융당국과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온투사와 금융기관이 미리 내년 사업계획을 약속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3월 이후 연계투자 관련 제휴를 공식화한 사례는 어니스트펀드와 BNK저축은행의 업무협약(MOU)이 유일하다. 앞서 2020년 피플펀드가 애큐온저축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2021년 개인신용대출을 위한 기관투자자로 합류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규제가 풀리지 않아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관 투자 리스크’를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다. 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직접적인 대출 심사, 추심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보완책을 들고 와야 (가이드라인 부재 등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일축했다. 온투업법 제29조에 따르면 온투업자는 연계대출에 관한 권리를 직접 추심할 수 있고, 신용정보법상 채권추심업을 허가받은 자에게 위탁해 추심할 수 있다. 당국은 저축은행이 직접 추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고 봤다. 온투업계가 부실대출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대출 심사와 채권추심 업무를 제대로 이행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두 업권의 높은 연체율도 당국의 부정적 기류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업권 연체율은 7년 만에 5%를 넘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2분기는 더욱 오를 것으로 추정한다. 온투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온투업권의 전체 평균 연체율은 9.48%로 2월(7.58%)보다 1.9%포인트(p) 올랐다.
온투업 이슈가 국회의 관심사에서 멀어졌다는 점 역시 악재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온투법에서 기관투자의 대출 심사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김주현 위원장에게 요청하는 등 국감에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다뤄졌지만, 올해 국회 분위기는 다르다. 업계와 국회 관계자는 “국회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업권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업계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 싫어 국회와 접촉하지 않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온투사 관계자는 “온투업이 금융당국의 공식적인 관리감독 대상이 되고 나서는 대외적인 입장을 밝힐 때 조심스러워졌다”며 “실제로 당국에 미운털이 박힐까 봐 최근에는 금융기관 투자와 관련해서 목소리를 잘 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