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대폭 늘어난 가운데 경기지역에선 광명과 김포, 하남시에 서울 거주자의 매수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서울과 맞닿은 데다 교통 접근성도 다른 경기지역보다 좋아 서울 거주자의 주거 대체지로 주목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는 서울 분양가 상승과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면 이들 지역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3일 국토교통부 외지인 투자 비율(5월 기준) 분석 통계에 따르면, 경기 광명시는 전체 351건 거래 중 178건이 외지인(해당 자치구 주민이 아닌 매수자) 거래로 집계됐다. 이 중 서울 거주자는 151명으로 나타나 전체 외지인 거래량의 84.8%를 차지했다.
또 김포시는 같은 달 기준 전체 외지인 거래량 186건 중 118건이 서울 거주자로 63.4% 수준을 기록했다. 하남시는 외지인 거래량 103건 중 89건이 서울 사람으로 나타나 전체 거래의 86.4%에 달했다.
반면, 인천은 상대적으로 서울 거주자의 매수 비중이 이들 지역보다 작았다. 외지인 매매량 상위권 지역 기준으로, 인천 미추홀구의 경우 외지인 거래 207건 중 서울 사람이 매수한 사례는 59건으로 28.5% 수준에 그쳤다. 인천 중구 역시 전체 외지인 거래 88건 중 서울 거래는 29건으로 33%를 기록했다.
실제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서울에 직장을 갖고 있지만, 자금 상황 등을 고려해 경기지역 매수를 문의하는 사례가 많았다. 본인을 신혼부부 가정으로 소개한 한 글쓴이는 “둘 다 서울 강동구를 중심으로 직장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디딤돌대출 기준에 맞춰 6억 원대로 찾아보니 서울에선 어림도 없는 금액대라 하남 일대 단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이렇듯 경기 광명과 김포, 하남시는 서울 거주자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집값 상승세도 경기지역 평균을 웃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다섯째 주 기준 주간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광명시는 이번 주 0.43% 올라 지난주(0.36%) 대비 0.07%포인트(p) 급등했다. 하남시 역시 지난주보다 0.03%p 더 오른 0.45% 상승을 기록했다. 광명은 철산과 일직동 새 아파트 위주로, 하남은 도심 내 준신축 단지 위주로 각각 올랐다. 이번 주 경기지역 전체 상승률이 0.08%인 것과 비교하면 두 지역은 5배가량 더 높은 집값 상승률을 나타낸 셈이다. 다만, 김포시는 내림세(-0.09%)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거주자의 해당 지역 매수 행렬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집계가 완료된 6월 하남과 김포 아파트 거래량은 5월보다 늘어나 각각 389건과 871건을 기록했다. 거래량이 더 늘어난 만큼 서울 거주자의 매수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는 서울과 경기지역 집값 상승세는 비슷하지만, 경기지역 집값이 여전히 저렴해 수요자가 쏠리는 것으로 해석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금융공사(HUG) 주택구입부담지수 분석 결과, 시간이 갈수록 서울과 경기지역 주택구입부담지수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다”며 “지역별 등락은 있어도, 절대적인 가격 폭이 확대돼 특히 2030세대의 내 집 마련이 서울에서 경기로 이동하는 양상이 더 뚜렷해진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규 재건축 단지와 택지공급이 집중된 광명과 김포로 서울 내 실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