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상장 10곳 중 7곳 공모가 하회
실적 부진도 이어져…173곳 중 150곳 영업익 ‘적자’
장밋빛 미래를 담보 삼아 증시 문턱을 넘은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이 투자자들을 울리고 있다. 많은 기업이 상장 후 성장, 혁신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걷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통계가 집계된 2014년부터 기술특례상장한 기업 169곳(178곳 중 스팩상장 제외) 중 118곳이 공모가를 밑돌거나 상장폐지(1곳) 된 것으로 집계됐다. 10곳 중 7곳은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를 유지 중인 셈이다.
◇성과 못 내고 주가는 흔들=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상장은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사다리’다. 당장 수익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도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이라면 코스닥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상장 문턱을 낮춰준다. 그간 수많은 기업이 혁신 기술과 미래 성장을 담보로 기술특례상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기대하는 실적이나 결과를 내지 못해 투자자들로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크게 하락한 기업은 엔지켐생명과학으로, 공모가 대비 97% 넘게 주가가 하락했다. 특례상장 기업 중 공모가보다 90% 넘게 하락한 기업만 6곳에 달한다. 알테오젠이 기술특례로 상장한 2014년 12월 12일을 기점으로 이날까지 코스닥이 70.96%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장 올해 특례상장한 기업(20곳)으로 좁혀봐도 이미 10곳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같은 기간 가장 크게 떨어진 곳은 에스바이오메딕스로 공모가 대비 46.67% 하락 중이다. 이외 씨유박스(-32%), 모니터랩(-29.29%), 프로테옴텍(-28.22%) 등 순으로 내림세다.
특례상장 기업은 실적 또한 부진하다. 기업 실적 분석이 가능한 특례상장 기업 173곳 중 150개 기업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단 13.29%(23곳) 만이 적자를 피한 상황이다. 신기술을 기반으로 미래에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을 담보로 상장했지만, 상장 후 10년이 지난 기업들조차 상장 당시 제시한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이미 위기에 놓인 기업도 다수다. 올해 1월엔 2018년 상장한 유네코가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 최초로 상장폐지되기도 했다. 유네코는 2021년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폐지가 발생한 후, 경영악화 등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최종 상폐됐다. 이밖에도 이노시스(옛 유앤아이),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옛 샘코). 셀리버리 등이 감사의견 거절 등을 이유로 상폐 위기에 놓였다.
◇부실기업 걸러내는 제도장치 마련해야=동일 업종 내 비슷한 업체가 있어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쉬운 일반 상장과 달리 특례상장일수록 비교 대상이 없어 공모가나 적정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례상장 기업은 실적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투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묻지마 상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기술에 대한 기대감이나 사업 성장성이 없는 기업을 우후죽순 상장시켰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내놓은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방안이 부실기업 상장 방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