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 野 쇄신 계기…낮은 자세로 대응"
안전·민생·민주·교육·미래 '5대 책임' 제시
취임 100일을 맞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그 아픔이 헛되지 않도록 충분하고 분명한 쇄신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내년 4월 총선 과제로는 당 통합을 토대로 한 외연 확장과 국민 신뢰 회복을 제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내로남불과 온정주의로 국민과 멀어지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돈봉투 의혹이 당 쇄신의 시작이었다"며 "낮은 자세로 원칙과 상식대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해당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지난 4일 구속되고, 관련 돈봉투 수수 의원 명단이 일부 언론에 공개되는 등 당내에서는 향후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윤 의원은 당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목적으로 민주당 의원 20여명에게 300만원씩 총 6000만원을 살포한 혐의 등을 받는다.
총선 과제로는 "당의 통합을 바탕으로 당 밖에서 확장을 더 쌓아가는 것"이라며 "우리 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거나 지지를 유보하는 국민까지 모셔올 수 있는 확장적 통합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윤리를 되찾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의 무책임·무능을 탓하지만 않고 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할 일을 분명히 하겠다"며 국민을 위한 안전·민생·민주주의·교육·미래 등 '5대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안전'에 대해서는 ▲기후위기 중심의 국가재난대응시스템 재편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해양방류 저지 등을, '민생' 분야는 경제 위기에 대응할 '여야정 민생경제 상설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민주주의'의 경우 지역·계층·세대·직업별 정책협약 추진, '교육'은 교권 추락 등 관련 법령 정비, '미래'는 ▲재생에너지 100% 전환 ▲신구산업 간 갈등 해소·규제 혁신 등을 제시했다.
가장 큰 사회적 위기로는 '불안'을 제시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과 적극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불안'의 배경으로 '묻지마 흉악 범죄', '이태원·오송 참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 아파트 부실시공 사태' 등을 거론하며 "책임은 1차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소통하라"며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국민과 대화하는 것이 사태 수습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근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논란 등에 대해 "혁신위 활동이 그런 논란 때문에 형해화, 무용지물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대의원제나 공천 문제는 당내 다양한 견해가 있으니 충분한 토론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중도 사퇴설을 일축한 김 위원장의 각종 논란과 별개로 혁신위가 안을 내면 내부 논의를 거쳐 매듭짓겠다는 것이다. 혁신위가 검토 중인 대의원제 축소·폐지 등은 친명(親이재명)계가 선호하는 것으로, 실제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될 경우 오는 28~29일 정기국회 워크숍에서 비명(非이재명)계와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대의원제 폐지 관련 견해를 묻는 말에 "대의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며 "권리당원만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경우 특정 지역의 의사결정권이 극도로 왜소해지고, 위축·제약된다. 그런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대의원제를 도입한 것"이라고 답했다.
쌍방울 대북송금·백현동 의혹 등에 연루된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요하는 회기 중 청구될 경우에 대해서는 "이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천명했다"면서도 "검찰이 그동안 수사를 많이 했으니 비회기 중 구속영장을 보내는 것이 법원 판단을 명확하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4월 28일 의원총회에서 과반 득표로 선출된 박 원내대표는 전날(5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당시 후보 중 유일한 비명계였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데다 '돈봉투 의혹' 등 초대형 악재로 내홍이 격화하던 시기 원내사령탑에 올라 큰 분란 없이 계파 갈등을 조정하고 정책의총 정례화·민생채움단 출범 등 민생·정책역량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위원장의 '노인 비하' 논란 당시 당사자인 김 위원장보다 선제적으로 사과하며 당 구성원에 경솔한 언행 자제령을 내리는 결단도 보였다. 온건한 원내 운영 탓에 제1야당 지도부의 대여(對與) 투쟁력이 비교적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 원내대표는 "100일은 마라톤으로 치면 10km를 지나 15km를 향해 가는 출발선"이라며 "'시작이 반'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시작할 때 각오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민의 삶을 바꾸고, 대한민국 미래가 더 밝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