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금리 올라도 산다” 서학개미, 장기채 ETF 손실에도 ‘물타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뉴욕(미국)/UPI연합뉴스

미국 20년 만기 국채 금리(수익률)가 최고 4.5%대를 넘어서면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바닥을 기록 중이다. 최근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진 여파로 부진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지만 서학개미들은 여전히 물타기 중이다.

이같은 금리 상승이 계속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은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다만 국내에선 금리가 상승할 수 있으나 전고점을 넘어서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8일까지 서학개미는 만기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 하루 변동률을 3배나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불 3배 ETF(종목코드 TMF)’를 1억7901만달러 어치를 순매수했다.

최근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가격 반등시 큰 차익을 누리기 위한 TMF 매수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채 금리는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만기가 길수록 금리 인하에 따른 가격 인상 폭이 크다.

미국 국채 20년물 금리는 지난주 최고 4.508%을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10월24일 4.616% 이후 최고치다. 30년 금리도 최고 4.351%를 찍었다.

기간을 좀 더 늘려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집계해 보면, 서학개미들은 TMF 상품을 8억6000만달러 규모로 쓸어담았다. 우리 돈으로 1조1000억 원이 넘는 규모다. 결국 채권 금리 하락을 기대했던 서학개미들이 금리 정점이 오지 않은 데다 신용등급 강등 악재까지 겹치자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TMF 상품은 연초 8.03달러로 시작해 기준금리가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금리 정점론’이 퍼지던 한때 9.76달러까지 올라 2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6.24달러 수준으로 20% 넘는 하락을 기록 중이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도 미국 장기채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 빌 에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은 “미국 30년물 국채수익률은 곧 5.5%에 이를 것”이라면서 미 국채 30년물에 대해 가격 하락에 베팅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걱정하지 말아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는데 미국 국채는 그 중 하나”라고 강조하며 3개월~6개월 만기 초단기 국채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이슈로 금리가 상승할 수 있으나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다수 내놓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1년 당시 주가 급락에도 안전자산 선호로 미국 국채금리는 오히려 하락하는 등 신용등급 강등 영향이 본격적으로 미칠 수 있는 국채 발행과 유통에서 충격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국가신용등급 강등에도 미국이 가지는 기축통화국으로서 지위가 크게 훼손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에 대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금리 상승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기, 수급 측 금리 상방 요인들을 단기적인 이슈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국채 금리가) 전고점을 넘어설 정도로 높아질 가능성은 낮게 관측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