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리테일 강화를 위해 앞다퉈 이자율·수수료 경쟁에 뛰어드는 가운데, 경쟁이 과열될수록 투자자와 회사 모두 손해를 보는 ‘치킨 게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업계 최초로 단기(1~7일) 신용융자 이자율을 기존 5.75%에서 0%로 낮추며 ‘이자 전쟁’의 신호탄을 쐈다. 90일 이상 구간도 0.25%포인트(p) 내린 9.5%를 적용하기로 했다.
신용 거래 비용을 낮춰 고객의 수익률을 높이고, 신용 거래 기간을 줄이도록 유도해 ‘장기 빚투(빚 내서 투자)’의 위험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1~7일 구간 신용 거래 금액은 전체의 73%를 차지할 정도로 단기 레버리지 투자 비중이 높다.
KB증권은 이달 2일부터 신규 고객 등에 한해 신용·대출 금리를 60일간 연 4.2%로 인하하기로 했다. 다올투자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도 신용 이자율을 6개월 동안 각각 연 3.99%, 3.9%로 할인해 주는 우대금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거래 수수료를 할인, 또는 면제해 주거나 거래 지원금을 지급하며 고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최저 보수’를 내세운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특성상 상품마다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아 낮은 보수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현재까지 상장된 752개의 ETF 중 총보수가 가장 낮은 상품은 ‘ACE 미국배당다우존스’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6월 해당 ETF의 총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인 연 0.01%로 인하했다.
앞서 2월에는 KB자산운용이 ‘KBSTAR 종합채권(A-이상)액티브’ ETF의 총보수를 0.05%에서 0.012%로 인하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경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한다. 업권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일부만 살아남는 독과점 체제가 만들어지고, 그에 따른 피해는 결국 투자자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개인 고객을 잡기 위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이자율이나 보수를 낮추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유의미하게 리테일 비중이 커지지 않는다면 손실을 감당할 만한 회사만 남게 되고, 상품이나 가격 면에서 투자자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