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시간 21일”...‘최악의 가뭄’ 파나마 운하에 154척 발 묶였다

입력 2023-08-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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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운하, 수위 낮아지자 예약 가능 건수 줄여
선박 무게도 기존 60%로 제한
매년 미국 화물 40%가 지나는 곳
“늘어난 비용,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 위험”

▲벌크선이 4월 19일 파나마 운하에 진입하고 있다. 파나마시티/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봄부터 이어진 역사상 최악의 가뭄이 글로벌 주요 해외 관문인 파나마 운하를 강타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대형 선박들이 운하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CNBC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대기 중인 선박 수는 154척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 시간만 약 21일에 달한다. 파나마 운하는 걸프만과 동부해안으로 향하는 미국 선박들에 매우 중요한 연결통로로, 매년 미국 전체 컨테이너 화물량의 40%가 이 운하를 통과한다. 화물 규모는 약 2700억 달러(약 356조 원)다.

그러나 대규모 가뭄이 지속하자 운하 수위가 낮아졌고, 운하 운영에도 문제가 생겼다. 통상 선박 한 척이 운하를 통과할 때 5000만 갤런 상당의 물이 소진되는데, 파나마 운하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 가툰 호수 수위가 4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충분한 공급이 어려워졌다.

이에 파나마 운하청은 지난달 말 수자원 보호를 이유로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대형 선박의 사전예약 가능 건수를 종전 23건에서 14건으로 줄였다. 해당 조치는 21일까지 시행될 예정이다.

게다가 파나마 운하청이 낮아진 수위만큼 선박 무게도 기존의 60%로 제한해 선박들은 계획된 컨테이너를 모두 싣고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싱가포르 국적 선박 에버맥스는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발보아항에서 컨테이너 1400개를 내려놓고 가야 했다.

주요 화물선이 운하 문제에 직면함에 따라 미국에선 인플레이션이 추가 상승할 위험도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박 추적업체 마린트래픽의 아딜 아시크 북미 책임자는 “남은 컨테이너의 운송을 완료하기 위해선 다른 선박이 필요할 수 있다”며 “상황은 나아지기 전 더 나빠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박이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더 기다리거나 대체 경로를 선택한다면 운송에 걸리는 시간과 에너지 비용이 추가된다”며 “궁극적으로 이런 비용은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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